쌍용자동차에서 16년간 일하다 2009년 4월 정리해고로 공장을 떠난 김영익(42ㆍ가명)씨. 최근 무급휴직자의 복직 소식에 입으로는 "잘됐다"면서도 복직에서 제외된 그는 아빠도 회사로 돌아가는 줄 알고 있을 아이들 생각에 가슴 한 켠이 아렸다. 해고 후 "쌍용차에서 잔뼈가 굵었는데 어디든 취업 못하겠냐"던 자신감이 무너지는 데는 몇 달 걸리지 않았다. 그는 건설현장 일용직, 음식점배달원, 대리기사 등 닥치는 대로 일했고, 아내도 1년 전부터 식당에서 일하고 있지만 카드빚은 1,500만원으로 불어났다. "아무리 눈높이를 낮춰도 나이 때문에 취직이 불가능했다"는 김씨는 "'정리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탄식했다.
2005년 1월 11년간 다니던 흥국생명에서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의해 정리해고된 홍순광(45)씨는 8년이 지난 지금도 분을 삭일 수 없다. 정리해고 직전인 2003~2004년 회사가 900억원 넘는 흑자를 냈기 때문이다. 홍씨는 건설현장을 전전하는 한편 노동위원회 구제신청과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투쟁에 4년이나 소모했다. "해고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지금도 욱했다가 다시 우울해지는 등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다"는 홍씨는 "기업이 경영자의 경영실패 때문에 정리해고를 해도 노동자와 함께 살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리해고(경영상 정리해고)로 일자리를 잃는 숫자가 2008~2012년 265건, 1만7,211명에 이른다. 일정 규모 이상만 신고대상이어서 실제 정리해고자는 몇 배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리해고는 일상화했지만 기업은 불투명하게 정리해고를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 노사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309일의 크레인 농성 끝에 매듭이 풀린 한진중공업 사태, 3년여 동안 23명의 해고자ㆍ퇴직자와 가족이 목숨을 잃은 쌍용자동차 사태 등에서 보듯 엄청난 사회적 비용도 수반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너무 모호하기 짝이 없어 경영자가 남용할 수 있는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도록 법 제도를 개선하고, 해고 후 일정기간 생계를 보장해 주면서 전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평택=김기중기자 k2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