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 이행 여부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대통령직인수위와 현정부의 각 부처 간에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인수위는 박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강하게 주문하고 있는 반면 부처들은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을 들어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여기에 '밥그릇 지키기'로 대표되는 부처 이기주의까지 맞물리면서 인수위와 각 부처 간 신경전이 곳곳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어느 부처보다도 비상이 걸린 곳은 예산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재정부와 복지 예산의 대폭적인 확대가 예상되는 보건복지부이다.
박 당선인이 기초연금 도입 등 복지 공약 실천을 위해 약속한 예산은 5년 간 135조원 규모에 달한다. 박 당선인은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정부의 비효율적 비용을 줄여 60%를 마련하고, 세수 확대를 통해 나머지 40%를 조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인수위 업무보고를 앞두고 열린 기획재정부의 주요 실국장 회의에선 재원 확보 방안 및 세제 개편과 관련해 박 당선인의 공약에 부정적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 당선인 측에서 정부 출범 직후 최소 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필요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서도 재정부는 "수정 없이 정부의 원안대로 가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재정부가 13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확보 대책을 1월 중에 마련하겠다"고 목소리의 톤을 낮춘 것은 공약 이행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박 당선인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복지부도 11일 업무보고에서 복지 공약을 추진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재원 확보 어려움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박 당선인 측이 추산한 소요예산과 비교할 때 기초연금(월 20만원) 도입과 여성ㆍ복지 정책에 연간 12조~13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또 4대 중증질환 진료비를 전액 국가부담으로 돌리는 공약에 대해선 "무리한 방안"이라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역시 업무보고에서 공약에 따라 현행 21개월(육군 기준)인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할 경우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만7,000명의 병역 자원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제시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는 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부사관 3만명을 증원하면 간부숙소 마련까지 포함해 1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력기관들도 공약 이행과 관련해 자구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박 당선인의 대검 중수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지휘 기능만 갖는 중수부 존치 등의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세청은 인수위 주변에서 거론되는 서울국세청 조사4국 폐지 등 국세청의 기능을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의 '목돈 안 드는 전세' 공약에 대해선 해당 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추가 세액 공제 조치가 수반돼야 효과가 있다"며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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