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13일 차기 전당대회까지 당을 재정비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번 비대위 인선이 당내 계파를 두루 안배한 것에 그쳐 당 쇄신 의지보다는 전당대회 준비에 방점을 실은 '관리형 비대위'로 스스로 역할을 축소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설훈(3선ㆍ경기) 의원과 김동철(3선ㆍ광주)ㆍ문병호(재선ㆍ인천)ㆍ박홍근(초선ㆍ서울)ㆍ배재정(초선ㆍ비례대표) 의원, 이용득 전 최고위원(노동계), 오중기 경북도당위원장 등 7명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당연직인 박기춘 원내대표를 포함해 총 9명으로 비대위가 구성된 것이다.
민주당은 김ㆍ문 의원 등 비주류 쇄신파와 박ㆍ배 의원, 오 도당위원장 등 40대를 전진 배치한 것을 들어 "비대위에 개혁과 세대 교체의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고 문 비대위원장도 비대위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혁신비대위로 불러 달라"고 강조했다.
비대위원들은 한목소리로 철저한 대선 평가와 혁신을 다짐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뜻을 받들어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 수준으로 당 혁신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운동권이나 시민사회단체가 아니다"고 말했고 이 전 최고위원은 "중도층의 지지를 회복해야 한다"는 말로 각각 노선 재정립 의지를 역설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당 안팎에선 비대위가 실질적인 당 쇄신 작업보다는 전대 준비에 치중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비대위 인선 과정에서 친노(親盧) 핵심 인사들은 제외됐다고는 하나 전체적으로는 계파 별 구색 맞추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김ㆍ문 의원은 비주류 내 온건파로 분류되고 배 의원은 대표적인 문재인 전 후보의 측근이다. 설ㆍ박 의원과 오 도당위원장 등 3명은 김근태 전 상임고문 계열인 민평련 회원이고, 이 전 최고위원은 노동계 인사다.
특히 비대위가 외부인사 없이 '반쪽짜리'로 출범한 건 향후 활동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직접적인 이유다. 지금껏 계파간 이해 관계 때문에 비대위 내 대선평가위원장을 맡길 외부 인사조차 확정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대선 때 문 전 후보를 지원했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와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 안철수 전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이 거명되고 있으나 당사자들이 고사하는 등 선임 과정이 여의치 않다.
비대위는 14일부터 공식 활동에 들어가며, 15일 광주를 시작으로 '회초리 민생투어'라는 테마로 대선 패배 사죄를 위한 전국 투어에 돌입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당 혁신은 고사하고 대선평가 작업에서부터 계파간 힘겨루기가 재연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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