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을 위험하거나 격리수용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편견을 깨려 영화를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정신장애인의 치료와 재활을 통해 그들의 사회 복귀를 돕고 있는 서울 홍은2동의'한마음의집' 최동표(49) 원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 '희망해'를 통해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정신장애인이 직접 제작ㆍ출연해 자신들의 애환을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영화 '내 마음이 들리니(가제)'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영화 제작을 위한 전문 기술은 사회적기업 영화제작소 '눈'의 도움을 받기로 했지만, 자금이 부족했다. 그는 "영화 제작에 도움을 달라고 여러 곳에 요청했으나 여의치 않아 네티즌들의 도움을 빌리기로 했다"며 "목표금액 1,000만원이 모아지면 장애인 시나리오 교육 등 강사비와 기본적인 운영비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신장애인은 외부 충격 등 후천적 요인으로 정신질환을 1년 이상 앓아 병원에서 조현병(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은 환자로, 선천적으로 지능이 떨어지는 지적장애인과 구분된다.
병원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던 최 원장은 정신보건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고 1998년 사비를 털어 '한마음의집'을 세웠다. 정신장애인을 병실에 수용하기보다 이들이 이웃과 더불어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을 운영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방 3개, 화장실 1개가 딸린 단독주택을 월세(60만원)로 구한 뒤 야간 관리자 1명을 고용해 정신장애인 7명을 돌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현재는 병원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아 가정에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18세 이상 60세 이하 정신장애인 30명이 사회복지사 7명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이 중에는 부모의 이혼으로 충격을 받아 정신 질환을 앓게 된 20대 청년도 있고, 1970년대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고문 당하고 평생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정신병원을 전전하다 찾아온 남성도 있다.
최 원장이 정신장애인과 함께 영화 제작을 결심한 이유는 편견에 빠진 다수를 일깨우기 위한 것. 외부와 고립돼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그들 또한 우리와 함께 해야 할 이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는 "처음 입주할 때 '한마음의집'이 어떤 곳인지 몰라 가만 있던 주민들이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시설이란 사실을 알게 된 뒤 반대가 심했다"며 "절도ㆍ성추행ㆍ음주소란 사건 등이 일어나면 즉시 떠나겠다는 각서까지 썼다"고 회고했다.
최 원장은 앞서 정신장애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바라보는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정신장애인을 친족으로 둔 주민을 직접 상담해주고, 주민과 함께 떠나는 테마여행도 매년 한 차례 실시했다. 2005년부터는 대문을 없애 누구든지 시설을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정신장애인들도 심리적인 안정을 찾게 됐다.
최 원장은 이 모든 과정을 담은 영화를 설립 15주년을 맞는 올해 꼭 제작하고 싶다. "편견에 지친 장애인의 마음을 다스리면 정신적인 병도 치료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모금액은 50만원 정도밖에 안 되지만 수년간 주민과 소통을 위해 기다렸듯이 언젠가 목표액도 채울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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