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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된 두 어머니 보살피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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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이된 두 어머니 보살피는 부부

입력
2013.01.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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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56)씨와 이선영(52)씨 부부는 서울 정릉동 집에서 두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선영씨의 시어머니는 뇌졸중과 노환, 친정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다. 어린 아이가 된 두 어머니를 위해 부부는 자식이 아닌 부모가 됐다. KBS 1TV '인간극장'은 14~18일 아침 7시 50분 이들의 쉽지 않은 동거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긴 지팡이를 휘두르는 백발도사 김차학(92) 할머니는 선영씨의 시어머니이고, 구구단과 천자문 외우기의 달인 조병저(81) 할머니는 친정어머니다. 둘은 서로 옆방에 사는 사돈지간으로, 화장실 가는 길에 가끔 눈을 마주치기는 하지만 사이는 그리 가깝지 않다. 김 할머니는 자꾸 내 며느리를 데려가는 게 마땅찮고, 조 할머니는 딸을 빼앗기는 것 같아 속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몸져 누운 사돈이 안쓰러운 조 할머니는 김 할머니에게 치매센터에서 손수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를 선물하고 말 동무도 해주려 하지만 면박만 당하고 쫓겨나기 일쑤다.

두 어머니를 모시고 사느라 눈코 뜰 새 없지만 아들 의현(24)이 갑작스럽게 결혼하는 바람에 선영씨는 어느새 시어머니가 됐다. 친구들과 어울려 한창 놀 나이에도 시댁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선영씨의 모습을 닮으려고 애쓰는 며느리 자연(24)의 모습이 기특하기만 하다. 부엌에서 큰 딸과 며느리가 나란히 요리를 하고, 중학교 교감인 정인씨가 장모님의 기쁨조가 돼 드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지치고 힘들었던 선영씨 마음에도 행복이 번진다. 그래도 힘이 들 때면 부부는 두 어머니가 곤히 잠든 사이 집 인근의 비탈길을 오르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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