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1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 수준의 기초연금 도입'과 '4대 중증질환 100% 보장'등 박근혜 당선인의 주요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마련 방안을 중점 보고했다. 복지부는 박 당선인 측 예상보다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는 추계를 제시하며 재원확보의 어려움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연금과 관련해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은 대상과 금액, 인구비중이 모두 늘어나기 때문이다. 소득하위 70%만 혜택을 받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65세 이상 모든 노인으로 확대한 기초연금으로 전환하면 수급자가 30% 늘어나고, 현재 급여(월 최고 9만7,000원) 수준도 2배(20만원)로 증가한다. 여기에 노인인구 비중이 급증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게 된다.
인수위는 이 재원을 국민연금에서 충당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데 당장 논란이 예상된다. 인수위 관계자는 "기초연금 인상에 필요한 추가 재원(내년 기준 약 7조원)의 20~30%를 국민연금보험료 수입에서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초노령연금은 100% 세금에서 4조3,000억여원이 지급됐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11% 수준인데 2050~60년에는 40%로 수급자가 4배 급증, 여기에 급여가 2배 오르는 것만 감안해도 재원이 최소 8배 이상 들어간다"며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이야기가 없는 상황에선 국민연금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고 국민연금이 책임져야 할 비중은 20~30%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세 없는 복지정책이 국민연금 가입자 주머니를 겨냥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연금 가입자 특히 젊은층의 보험료 상당수가 노인들에게 돌아가 세대갈등이 커지고, 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혜택을 받는 사각지대가 발생해 국민연금제도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월 200만원을 버는 사람이 10년간 꼬박 국민연금보험료를 내야 받을 수 있는 연금 20만원을 65세 이상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면 누가 연금을 내겠느냐"며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들이 연금을 낼 유인이 사라져 국민연금이 '근로자연금'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출생률 감소로 국민연금제도를 받쳐줄 청년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쓰이면 재정 고갈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암 심장병 뇌질환 희귀병 등 4대 중증질환 100% 보장도 마찬가지다. 고가의 표적항암제와 각종 비급여 검사비, 경우에 따라 선택적 진료비와 특실ㆍ1~2인실 입원료를 건강보험이 부담하게 되면 환자들이 좋은 병실, 고비용 검사만 찾아 추가 재정이 박 당선인이 애초 예상한 1조5,000억원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건강보험은 이들 질병 진료비의 70% 정도를 보장하고 있다.
익명의 한 연구원은 "선택진료비나 1~2인실 입원료까지 보장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특정질환 진료비가 모두 무료가 되면 가수요를 촉발시켜 건보재정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들 재원이 세금과는 성격이 다른 국민연금, 건강보험 재정에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가입자들의 거센 저항이 부딪힐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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