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이명박정부 때리기를 자제하라'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지침을 인수위원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최근 인수위원 비공개 회의에서 '여러분이 이명박정부의 정책들을 부정하고 비판하는 데 에너지를 쏟아서는 안 되고, 인수위 목적이 현정부와 각 세우기가 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칼에 베인 상처는 일주일이면 낫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간다"면서 이같이 당부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박 당선인의 뜻을 김 위원장이 대신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인수위 관계자는 "최근 인수위 일부 분과에서 초반부터 이명박정부의 정책들을 본격적으로 비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김 위원장이 제동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김 위원장을 통해 '이명박정부 비판 자제령'을 내린 것은 당분간 현정부와 갈등을 피하면서 매끄럽고 조용하게 정권 인수 작업을 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의 측근은 "인수위가 출범하자 마자 신ㆍ구 정권의 정면 충돌 구도로 가면 인수위가 제대로 일할 수 없다는 것이 박 당선인의 인식"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인사 검증과 정부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청와대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면서 "현정부와 부딪치기보다는 당분간 협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점령군처럼 행동해서 현정권과 마찰을 빚지 말라'는 것이 박 당선인이 내린 지침"이라고 말했다.
실제 박 당선인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충돌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박 당선인은 이 대통령의 친인척 특별사면 추진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으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언급을 자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최근 검찰총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검찰총장 인선 작업에 사실상 착수한 데 대해서도 박 당선인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총선과 12월 대선 과정에서도 박 당선인은 현정부와의 각 세우기를 최소화하고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박 당선인은 일부 부처들이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 자신의 대선 공약 이행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서는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인수위 활동이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를 확정하는 단계에 들어가면 박 당선인 측이 이명박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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