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말, 미국 뉴욕과 뉴저지 주를 강타한 태풍 샌디는 기후변화의 무서움을 인간에게 다시금 경고했다. 동남아시아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쓰나미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위협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기후변화의 위협 앞에 관광도 자유로울 수 없는데,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환경의 변화는 관광지의 매력성은 저하시키는 반면 위기관리비용은 높이게 된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은 더 안전하면서도 더 자연적인 곳으로의 여행을 추구 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화시대의 도래는 환경관리의 중요성과 관광수요의 변화를 유발했고, 이 때문에 녹색관광의 소중함과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녹색관광을 기후변화에 책임 있게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관광의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래서 관광분야에서 녹색기술 적용을 장려하기 위해 녹색인증에 참여하는 한편 녹색관광을 열악한 지역의 개발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의 60%이상이 산림이고,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은 이 자연자원을 어떻게 지켜내는가에 달려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세계관광기구의 미래 관광예측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즐기고 배우고자 잘 보전된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또 사라져가는 전통의 문화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방식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결국 지방이 가진 열악한 조건들이 새로운 매력물이 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녹색관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이제는 현명한 공급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지역을 기반으로 한 관광기업이 생겨나고 주민들 스스로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련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는 데 열심인 모범사례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는 그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는 동시에 경제적 지속성까지 지키는 전략을 관광에서 찾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창조관광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차별화된 관광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을 선정하여 우리의 문화와 결합한 창조적인 관광상품 개발을 적극 후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의 관심도 매우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서 수상한 광주 광산구는 사업 아이디어의 우수성이 입증된 어린이 농사체험 프로그램 '꼬마농부 상상학교'의 사업화를 위하여 지역 내 폐교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 경남 남해군은 남해의 절경과 녹색의 푸른 자연이 어우러진 목장에서 양치기의 하루를 경험할 수 있는 '양몰이 학교'를 지역으로 유치하여 독일마을 등 기존 관광지와 더불어 지역관광 활성화에 기여토록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녹색관광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자원이 무엇인가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지원을 받는가도 아니다. 자원의 보전이 전제 되어야 하고, 그들의 문화를 지키고 그들의 역량에 맞게 공급을 조절해야만 한다.
녹색관광은 기본적으로 자연과 문화에 대한 책임성을 강조한다. 녹색관광이 관광시장 전반에서 성공사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경제적 편익을 동반해야만 한다. 그래야 보전의 동기가 되고 지역 경제의 활성화까지 가지고 오는 선순환의 구조가 확보되는 것이다.
녹색관광의 수요와 공급이 생겨나고 있는 지금은 모든 당사자들의 협력과 책임 있는 역할수행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이든 지역사회든 녹색관광사업자는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존중하는 차별화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이들 사업자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홍보해주어야 한다. 국민의 현명한 관광상품 구매와 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책임 있는 녹색관광행동 역시 중요하다.
자연과 문화를 존중하고 즐기는 여행, 창조적인 녹색관광문화의 활성화를 기대해본다.
강미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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