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복지재원 조달 방안의 하나로 공약한 '지하경제 양성화'의 청사진이 드러났다. 국세청이 오늘 대통령직인수위 보고에 앞서 향후 세정의 핵심 과제로 발표한 지하경제 징세 강화방안이 그것이다. 당장 가짜 석유 유통을 근절해 5,000여억 원의 탈세를 정상화하기로 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현금거래정보를 국세청이 공유함으로써 숨은 세원에 대해 연간 4조~5조원의 세수를 추가 확보하고, 역외탈세 등에 대한 대응도 강화하는 게 골자다.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향후 5년간 총 134조원 규모다. 박 당선인은 증세 없는 공약 이행을 위해 세출 개혁을 통해 81조원을 확보하고, 나머지 53조원은 지하경제에 대한 과세 강화 및 세금감면 축소 등으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이 넘는 372조원(새누리당 추정)에 달한다. 인수위는 이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 국민 조세부담률을 현재 19%에서 21%까지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지하경제 과세 강화는 과세 형평성을 높여 사회 통합을 도모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세계 주요국들도 오래 전부터 세정(稅政)의 핵심 축으로 삼아왔다. 과세를 회피한 지하경제 규모가 각각 GDP의 8.5%, 11%에 불과한 미국과 일본은 선진 세정의 모범이라 할 만 하다. 우리나라도 1993년 금융실명제 시행 이래 최근의 고소득자영업자 및 역외탈세 단속 등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노력을 해 온 만큼 이번에야말로 본격적인 지하경제 과세 강화책을 펼칠 때도 된 셈이다.
가짜 석유처럼 구체적인 탈세경로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하경제 양성화의 전반적 효과가 기대되는 부문은 역시 국세청과 FIU의 정보공유를 통한 세원 발굴이다. 박 당선인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이번엔 정보공유를 위한 입법도 순항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국세청의 과도한 개인금융거래정보 추적은 사생활 침해 등의 소지가 있는 데다, 금융실명제 위축의 위험도 없지 않은 만큼 타당한 사회적 합의와 치밀한 시행계획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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