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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받아쓰기' 언론

입력
2013.01.1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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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1일부터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는다. 특이한 것은 야당 후보의 공약이라도 좋은 게 있으면 반영토록 했다고 보도된 점이다. 인수위는 낮은 자세로 부처 공무원과 관계자들을 존중키로 했으며 전문위원 실무위원들의 명함도 새기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단기간에 최소 인원으로 최대한 효율적인 정부 만들기를 하자는 게 목표라니 충분히 이해할 만한 자세다.

그런데 왜 업무보고라고 할까? 인수를 잘 하려면 인계가 잘 돼야 하고 인계자들의 업무와 인격을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존중해야 한다. 업무보고라기보다 인계자로서는 업무 설명, 인수자로서는 업무 청취쯤으로 말부터 조정할 필요가 있다. 역대 인수위는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바람에 부작용과 갈등을 빚고, 인수위원들이 득세하면서 폐해를 낳았다.

그러나 이런 것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인수위와 언론의 관계 문제다. 이번 인수위는 역대 어느 인수위보다 입 조심을 하고 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인수위원들이 직권을 남용하거나 비밀을 누설할 경우 관계 법령에 따라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래서 입을 꽉 닫은 위원들 때문에 기자들은 지금 많은 애로를 겪고 있다.

사실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는 줄곧 지적돼온 문제다. 김대중 정부 출범 때의 이종찬, 이명박 정부 출범 때의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인수위가 초안으로 검토 중인 사항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보도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특히 이경숙 전 위원장은 인수위에 별도의 대변인이 없었던 점을 아쉬워하면서 인수위 대변인을 따로 임명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이런 지적이 아니더라도 언론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그런 취지와 문제의식이 바탕이 되어 임명된 사람이 윤창중 대변인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인수위와 언론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가 언론에 대한 무시 또는 경시다. 특종 낙종이 없게 하겠다는 다짐이나 기사의 영양가가 있는지 없는지 대변인이 판단한다는 자세는 인수위가 바라는 대로 받아쓰기만 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대변인에 임명된 이후 언론과의 신뢰를 위해 노력하는 '불침번'을 자처하고 있다. 하지만 몸으로 열심히 한다고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에 대해 그렇게 요구를 하려면 가감 없고 충분한 수시 설명과 브리핑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인수위원 인선의 배경이나 전체 운영일정 등에 대해서 기자들은 충분하고 가감 없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

'밀봉인사', '불통인사'라는 야당의 비판에 그는 즉각 발끈했는데, 그의 말은 "당선인이 다 알아서 한 일이야. 너희는 너희 일이나 잘 해!"라고 해석될 수 있는 정도의 품위 없는 반박이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을 대신 뱉어주는 '막말 담당'으로 기용됐는지 몰라도 그 이상이 될 수 없는 사람이다.

이런 행태와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유는 앞으로 박근혜 정부와 언론의 관계가 잘못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특유의 철통보안 인사로 찬사와 함께 우려를 사고 있는데, 사후에도 그 배경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부족하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배경 설명을 하지 못한 채 인수위원 명단만 발표한 것은 "묻지 말고 받아들여라."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조순형 전 자유선진당 의원은 박 당선인이 직접 기자회견을 통해 설명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언론 앞에 자주 서는 것을 일상화할 것, 인선방식과 언론관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그 말에 동의한다. 지금처럼 해서는 소통과 탕평을 이루기 어렵다. 윤 대변인은 한시적인 인수위 대변인만 맡도록 하는 게 여러 모로 좋겠다.

임철순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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