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 중인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의 핵심은 세수 확대를 위해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탈세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정한 조세질서 확립을 위해 진작 이뤄졌어야 하는 일이라는 의견도 많지만, 개인정보 보호라는 또 다른 헌법적 가치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때문에 지하경제 양성화 논의가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의 과도한 국가 집중 및 통제를 우려하는 '빅 브라더(Big Brother)'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탈세를 막아 세수를 늘리려면 국민 개개인의 돈 흐름을 꼼꼼히 훑어볼 수밖에 없다.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거래정보에 대한 접근을 확대하고 인력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복지수요 급증에 따른 세수 확보는 물론 조세정의를 이룬다는 명분도 있어 인수위도 적극 호응하는 분위기다. 방송통신대 김기원(경제학) 교수는 "선진국일수록 과세의 투명성이 높고 지하경제 비중은 낮다"며 "조세정의를 바로잡으면 불투명하게 집행되던 접대비와 부동산투기 등의 관행적 악습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수위는 세무 당국의 FIU 정보 접근 확대와 인력 강화 외에도 건강보험 무임승차 차단을 위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국세청 과세정보 활용도 검토하고 있다. 국세청이 파악한 과세정보를 건강보험료 징수에 활용해 건보료를 덜 내려는 편법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국세청이 과세정보를 제3자에게 누설할 수 없다는 국세기본법을 들어 반대하고 있으나, 박근혜 당선인이 부처 간 칸막이 철폐를 강조한데다 공정한 건보료 부과에는 여론도 우호적이어서 과세정보 공유가 이뤄질 공산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증세 없이 복지 예산을 마련하고 고질적 병폐인 각종 탈세와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줄인다'는 당위성의 이면에는 정부가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모아서 들여다보는 '빅 브라더'의 우려도 상존한다. 개인정보 보호 또한 조세정의 못지 않게 중요한 정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조세정의 실현이 중요한 국가 목표이긴 하지만 개인정보의 보호 또한 중요한 헌법적 가치"라며 "하나의 가치가 또 다른 헌법적 가치를 침해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재 방안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 기구 확대에 대한 우려도 높다. 정부의 기능이 효율성이 아닌 인력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국민 부담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장은 "우리 정부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거나 이슈가 되면 인원부터 늘려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도 그런 논리로 가고 있다"며 "지하경제 양성화는 (부처 간)정보의 흐름을 용이하게 할 문제이지 기구를 확대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탈세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지만 한편으론 국민 전반에 대한 과세 관행을 바꾸는 과정에서 조세 저항과 인권침해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개인정보 집중, 정부기구 확대 등 조세논리를 강조하는 정책을 함부로 쓸 경우 세금은 더 거둘 수 있겠으나 사회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더 큰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보의 남용과 오용을 막을 방지책이 무엇인지, 정보 공유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 등을 명확히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변태섭기자 beri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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