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이 인류의 가장 오랜 직업이라는 건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다. 성적 상대를 '부자연스럽게' 제한한 결혼제도와 함께 생겼으리라는 견해도 많지만, 언뜻 생각해도 별 관계 없을 것이다. 원시시대 건장한 남성들이 공들여 얻은 수확물로 사냥능력 없는 여성들의 사랑을 구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상상된다. 매춘이 성(性)과 재화의 교환일진대, 당연히 이것도 매춘이다. 번식확률 낮은 수컷의 절박한 종족보존 DNA에서부터 원인을 찾아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 성매매특별법의 위헌 여부가 심판대에 올랐다. 성매매 행위 자체의 불법성이 아니라, 착취나 강요가 없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성을 파는 행위까지 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옳은지가 쟁점이 됐다. 기존 윤락행위방지법의 처벌조항을 대폭 강화해 2004년 성매매특별법을 만들 때부터 제기됐던 논란이다. 미성년자의 성매매 행위는 당연히 국가가 개입해야 하지만,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성인의 합의행위까지 관여하는 건 법의 과잉이라는 것이다.
■ 위헌심판청구 측은 자발적 성매매 여성에 국한한 논의라고 했지만 말이 그렇다 뿐이지, 논의를 확장하다 보면 성을 사는 남성의 처벌도 똑 같은 논리로 문제가 된다. 특히 성을 판 여성의 행위는 잘못이 없으되 그걸 산 남성의 행위만 범죄라고 한다면 이는 상식적으로도 균형을 잃은 논리다. 뇌물 행위와 관련해서도 금품 공여자와 수수자 모두를 공히 처벌하는 법이다. 결국 이 논의는 한번 시작하면 성매매 행위에 대한 근본적 논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
■ 성문제 논의는 그래서 사형제도처럼 철학적 차원의 문제인데다 현실과 도덕, 실제와 위선이 뒤엉켜 솔직하고 명쾌하게 결론 내기 어렵다. 순결을 극구 찬양하고 성적 욕망 자체를 극단적으로 죄악시한 성(聖)아우구스티누스도 매춘을 사회의 성적 안정을 위한 필요악으로 간주하고 용인했다. 초기기독교 전통을 세운 가장 위대한 성자조차 이 문제에 관한 한 이중성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니 우리 같은 범인(凡人)이야 그저 조심스레 논의를 지켜볼 밖에.
이준희 논설실장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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