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이 연일 맹위를 떨치면서 몸보신을 위해 사골국이나 설렁탕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너무 자주 먹으면 오히려 뼈가 약해질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조언한다. 특히 혈액투석을 받는 만성신장질환자나 골다공증을 앓는 고령자에겐 동물의 뼈를 우려낸 국물이 더욱 좋지 않다.
이유는 인 때문이다. 사골 같은 뼈를 우려내면 뼈 속에 많은 인 성분이 국물에 녹아 들어간다. 인 농도가 높은 이런 국물을 먹은 뒤에는 피 속에 인이 많아진다. 우리 몸은 혈중 인 농도가 높아지면 칼슘 농도를 떨어뜨린다. 이렇게 피 속 칼슘이 줄면 부갑상선호르몬이 대량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부갑상선호르몬은 혈중 칼슘 농도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뼈에서 칼슘을 뽑아낸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뼈가 약해져 통증이 생기고 급기야 쉽게 부러지기까지 한다(골이영양증).
뼈가 튼튼하게 유지되려면 칼슘뿐 아니라 비타민D가 필요하다. 건강한 신장은 비타민D가 활발하게 일하도록 돕는다. 신장 기능이 나쁜 환자에게 뼈가 굽는 구루병이나 골연화증이 잘 나타나는 이유다. 결국 만성신장질환자가 뼈 우린 국물을 많이 먹을 경우 가뜩이나 약해져 있는 뼈를 더 약화시키게 되는 것이다.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환자나 몸무게 적게 나가는 고령자 역시 마찬가지다.
만성신장질환자의 골이영양증은 갑자기 나타나지 않고 수년 동안에 걸쳐 별 증세 없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북부병원 내과 정훈 과장은 "평소 인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삼가고 정기적으로 혈중 인 농도를 확인해 필요할 땐 인결합제나 활성화한 비타민D를 복용해야 한다"고 권했다.
사골국이나 설렁탕 말고도 평소 보양식으로 알고 있는 음식 중 인이 많이 들어 있는 게 적지 않다. 정 과장은 "현미밥이나 잡곡밥이 몸에 좋다고만 많이들 알고 있는데, 신장이 나쁜 환자들에겐 쌀밥이 낫다"며 "잡곡밥 한 공기에 들어 있는 인은 쌀밥 한 공기의 2배 가량"이라고 설명했다. 단 신장질환과 당뇨병을 함께 앓고 있는 사람은 예외다. 혈당도 함께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진과 상의해 쌀밥과 잡곡밥을 적절히 섞어 섭취해야 한다. 또 "우유나 두유에는 칼슘이 많은 만큼 인도 많으며, 아이스크림에도 인이 상당량 있다"고 정 과장은 덧붙였다.
고령자나 만성신장질환자에겐 이와 함께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같은 무리 없는 운동도 근력을 키우고 뼈의 강도를 증가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1주일에 2, 3회 정도, 한 번에 20~30분씩이 바람직하다. 요즘 같은 강추위에는 혈관이 쉽게 수축해 경련이나 경색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들은 야외보다는 실내운동을 권장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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