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시 선전부가 진보 성향 일간지 신경보(新京報)에 당국의 언론 통제를 두둔하는 글을 실을 것을 강요, 신경보 기자들이 반발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광둥(廣東)성의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에서 시작한 언론 자유 바람이 수도로 옮겨 붙을지 주목된다.
미국에 본부를 둔 중문 뉴스 사이트 명경신문망(明鏡新聞網)은 9일 신경보가 베이징시 선전부로부터 부당한 압력을 받아 기자들이 저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명경에 따르면 렁옌(冷言) 베이징시 선전부 부부장이 8일 신경보를 방문,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사설을 전재할 것을 요구하며 불응할 경우 정간시키겠다고 위협했다는 글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徽博)에 올랐다. 그러자 신경보 기자들은 투표를 통해 사설을 싣지 않기로 결의했고 다이쯔겅(戴自更) 사장도 항의의 표시로 사직 의사를 밝혔다. 이에 당국은 신경보 기자들의 웨이보 계정을 폐쇄했다. 한 신경보 기자는 "다이 사장이 물러나겠다는 말에 사무실이 울음바다가 됐다"고 전했다.
당국은 현재도 웨이보에서 신경보 사태를 알리는 글들을 족족 삭제하고 있지만 누리꾼들은 검열 시스템을 피해 우회적으로 신경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보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기관지인 광명일보와 남방주말의 본지 남방일보가 합작해 2003년 창간한 신문으로 베이징의 진보 성향 유력지로 평가 받고 있다.
한편 남방주말 파업 사태는 광둥성 1인자인 후춘화(胡春華) 서기가 중재에 나서며 기자들이 파업을 중단,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9일 남방주말 편집 기자들이 후 서기의 중재를 받아 들여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자들은 후 서기로부터 신년 특집 기사 수정 사태를 초래한 광둥성 선전부 책임자를 인사 조치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지도자 중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후 서기가 언론사 파업을 중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만 중국시보는 남방주말 기자들의 대승리이며 중국 내 신문 자유의 새 이정표라고 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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