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의 지하철 무임 승차 등을 위해 지급해오던 철도 공익서비스비용보상(PSO)을 더 이상 떠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수혜 부서인 보건복지부와 국가보훈처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해당 부처는 "국토부의 지출 절감을 위한 떠넘기기"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 측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각 부처에 과감한 세출 개선방안을 요구하는 상황인 만큼, 다음달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처 간 '세출 조정' 갈등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토부는 9일 노인 등의 지하철ㆍ철도 운임감면 비용 지급 주체를 국토부에서 보건복지부 및 국가보훈처로 이관하는 내용의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국토부는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의 복지를 담당하고 운임할인 근거 법률도 갖고 있는 부처가 PSO 비용을 부담하는 게 옳다는 입장이다. 노인과 장애인 운임 감면액은 보건복지부가, 국가유공자 감면액은 국가보훈처가 떠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관련 부처 협의 및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를 거쳐 이르면 4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PSO는 산간벽지 거주자나 노약자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코레일이 운영하는 서울 지하철(무료)과 통근열차(50% 할인), 무궁화ㆍ새마을호(30% 할인) 등의 운임 감면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그간 국토부는 매년 노인과 장애인 감면액 950억∼980억원, 국가유공자 감면액 10억∼20억원을 코레일에 지급해왔다.
1,000억원대 PSO의 대부분을 떠맡게 된 복지부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복지부 노인정책과 이표희 사무관은 "노인복지를 오히려 강화해야 할 시점에 PSO를 부담하지 않겠다는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각 부처가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요구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세출 구조조정' 공약을 의식해 국토부가 코드 맞추기 차원에서 관련 비용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만일 4월까지 부처 간 협의가 미뤄지면 만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불똥이 튈 우려도 있다. 현재 노인들은 서울지하철 1호선 서울역∼청량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과 3호선 지축역∼대화역 구간, 분당선 전 구간 등 코레일이 운영하는 노선을 무료로 이용한다. 국토부는 PSO의 해당 부처 이관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사항으로 '세출 구조조정'과는 관련 없으며, 노인 등에게 불편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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