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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2기는 여성 차별?

입력
2013.01.0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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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출범한 113대 미국 의회는 역대 의회 중 여성 의원이 가장 많다. 상원에 20명, 하원에 81명이다. 의사당 안의 여자화장실에 교통체증이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 버락 오바마 2기 정부는 정반대다. 지난달 29일 재정절벽 협상에 앞서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모인 백악관 보좌진 10명은 모두 남성이었다. 현재 진행 중인 각료 인선에서 탈락하는 후보들도 공교롭게 모두 여성이다. 국무장관에 수전 라이스 유엔대사, 국방장관에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이 물망에 올랐지만 대통령 지명 직전 존 케리와 척 헤이글에게 고배를 마셨다. 남은 핵심 요직인 백악관 비서실장, 재무장관의 후보군에 여성이 있지만 유력주자는 아니다. 교체되는 에너지장관,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후보군에도 여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오바마의 이너서클로 볼 수 있는 자리는 모두 남성, 그것도 백인이 차지하는 상황이 예상된다. 백악관은 "인사에 획일적 기준은 없다"면서도 이런 획일적 결과에 난처해 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고민은 이 현상이 성(性)과 인종의 다양성을 확대해온 이후 나타난 것이어서 더욱 크다. 오바마 1기는 '무지개 내각'으로 불릴 만큼 다양했다. 2009년 구성된 1기 내각에서 여성 장관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7명이었고, 흑인과 아시아계 등 소수인종도 9명에 달했다. 백인 남성은 8명에 불과했다.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나 빌 클린턴 정부에 비해 백인 남성이 소수가 된 획기적인 내각이었다. 또 오바마 1기 때는 임명직 중 43%가 여성이었다. 절반에는 못 미쳤지만 조지 W 부시 정부가 33%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상당한 진전이다. 남성 클럽으로 유명한 법무부 국방부에도 남성 2명에 여성 1명 꼴로 진출했고, 백악관은 아예 직원 선발에서 여성과 남성을 동일한 비율로 뽑았다.

이 때문에 오바마 2기가 백인 남성 위주로 진용이 갖춰지는 것은 백악관보다는 후보군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여성 후보의 파이프라인(공급경로)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인선이 이뤄졌거나 곧 단행될 외교ㆍ국방ㆍ경제 분야가 전통적으로 남성이 지배해온 영역이라서 여성 지명자가 나오지 않은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여성 유권자의 55%가 오바마를 지지해 그의 재선에 기여한 것을 고려하면 여성들의 실망은 클 수밖에 없다. 전미여성기구(NOW) 등 여성단체들은 오바마 2기에서 다양성이 후퇴했다는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백악관프로젝트의 설립자인 마리 윌슨은 "여성이 보다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며 '알파걸'이 되기 어려운 사회적 조건들을 이제는 바꿀 때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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