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 파괴와 기술 농구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이 같은 현상은 프로농구 코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전통적인 농구의 포지션은 다섯 가지다. 숫자로는 1~5번으로 표현된다. 1번은 포인트 가드다. 빠르고 드리블이 좋은 선수들이 주로 맡는다. 주 임무는 경기 조율이다. 축구로 치면 '플레이 메이커', 배구에서는 세터에 해당되는 역할을 한다. 동료들에게 패스를 돌리며 공격 템포를 조절한다. 2번은 슈팅 가드다. 말 그대로 슈팅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맡는다. 3점 슛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기용되는 경향이 많다. 3번은 스몰 포워드다. 내ㆍ외곽을 가리지 않는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가 주로 기용된다. 4번은 파워 포워드. 뛰어난 제공권 장악력과 인사이드 공격력, 몸 싸움 능력 등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5번은 센터, 포스트 공격을 이끌 수 있는 장신 선수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대 농구에서 이 같은 5가지 포지션 구분은 시간이 흐를수록 의미를 잃고 있다. 3점 슛을 쏘는 빅맨, 득점력이 빼어난 포인트 가드가 현대 농구의 대세다. 국내 프로농구 무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SK의 농구가 포지션 파괴의 전형으로 볼 수 있다. SK는 가드 1명에 2m 안팎의 포워드 4명을 포진시키는 전술로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시즌 슈팅 가드로 기용됐던 김선형(187㎝)은 올 시즌 포인트 가드로 전향해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MVP를 거푸 수상했다. 패스뿐 아니라 득점력도 빼어나다. 속공 찬스에서 덩크슛을 자유자재로 터트리는 포인트 가드는 국내 프로농구 무대에서 전에 볼 수 없던 모습이다.
SK의 김민수(200㎝), 박상오(197㎝)는 파워 포워드로 구분된다. 그러나 이들은 슈팅 가드 못지않은 외곽 슛 능력을 지녔다. 박상오의 3점 슛 능력은 정평이 나 있다. 김민수는 6일 창원 LG와의 경기에서 1쿼터에만 3점 슛 3방을 작렬했다.
미국프로농구(NBA)는 올 시즌부터 올스타 투표에서 센터와 파워 포워드, 스몰 포워드의 구분을 없앴다. 포지션 구별이 모호한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분류 자체가 의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국내 코트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세근(200㎝ㆍKGC), 김주성(205㎝ㆍ동부) 등은 센터와 파워 포워드의 구분이 애매한 선수들이다. 3점 슛을 던질 정도는 아니지만 외곽 슛 능력이 뛰어나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MVP 윤호영(197㎝ㆍ상무)은 원래 포지션이 스몰 포워드지만 파워 포워드의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프로아마최강전에서는 센터에 가까운 역할을 맡아 상무의 우승을 이끌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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