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해 매일 800억원씩 이익을 냈다. 하루 매출은 5,500억원이 넘었다. 글로벌 경기가 최악의 침체국면에 빠졌고, 세계적 IT기업들이 줄줄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가히 독보적인 실적을 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8일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에 매출 56조원, 영업이익 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둘 다 사상 최대기록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4%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88.8% 증가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작년 한 해 동안 매출 201조원, 영업이익 29조원을 냈다. 사상 처음으로 매출 200조원, 영업이익 20조원을 넘어서는 '200-20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성장의 동력은 단연 스마트폰이다.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 3분기까지 휴대폰 사업이 포함된 IT모바일사업부는 전체 매출의 57%, 영업이익의 69%를 차지했다. 이 추세라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에서만 100조원이 넘는 매출과 20조원에 달하는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내놓은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와 '갤럭시S3'는 국내외 시장에서 크게 선전하며 삼성의 휴대폰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서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부문의 실적은 스마트폰 분야의 최대 경쟁자인 애플과의 특허 분쟁을 뚫고 이룬 것이어서 의미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미국 배심원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에 이르는 배상 평결을 받았지만, 오히려 세계 시장에서 애플을 대적할 만한 상대는 삼성전자라는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사업도 D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지속 하락하긴 했지만 선방했다는 평가다. 올해 반도체 시장은 D램 메모리 반도체의 최대 수요처인 컴퓨터(PC) 판매량이 거꾸로 줄어드는 역성장 상황을 맞아 최대 위기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로 낸드플래시와 응용 프로세서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즉 다양한 포트폴리오 덕분에 PC용 메모리 반도체가 위축돼도 모바일 반도체 등으로 위기를 넘은 셈이다.
TV 사업은 7년 연속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생활가전 역시 양문형 냉장고가 6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 TV와 냉장고 등 생활가전이 포함된 소비자가전 부문이 4분기에 8,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관건은 이 같은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올해도 이어질 지 여부이다. 세계 휴대폰 시장, 그 중에서도 핵심인 스마트폰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관련 모바일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도 경기불황으로 험난한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이전과 달리 시장에서 삼성 제품에 대한 관심이 점차 뜨거워 지는 만큼 해외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휴대폰 사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휴대폰 사업이 위기를 맞을 경우 삼성전자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끊임없는 도전을 언급하며 "변화의 흐름을 미리 읽고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사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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