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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남성 느는데… 전문 상담·지원센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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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 남성 느는데… 전문 상담·지원센터가 없다

입력
2013.01.0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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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한 마디만 들어주세요. 전화가 끝난 후 자살할 생각이에요."

자신을 군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이 최근 지방의 한 여성성폭력상담소에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이곳은 여성 성폭력 피해자가 상담을 하는 곳이라 남성 상담은 하지 않는다"는 상담사의 말에 "군대 선임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당시 상담을 맡았던 상담사는 "얼마나 답답했으면 여성성폭력상담소에 전화를 했겠냐"며 "다시 전화를 걸라고 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지난해 12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도 법의 보호를 받을 길이 열렸지만 정작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문 상담ㆍ지원센터는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남성 성폭행 피해자 수는 2008년 701명에서 2011년 829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 중 성폭력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이는 거의 없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경우 2008년 이후 매년 50여건의 남성 성폭력 상담신청이 접수됐지만, 이 중 실제 상담이나 치료가 이뤄진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조중신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소장은 "신고를 꺼리는 경향 때문에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을 뿐 직장 내 상사의 부하 성폭행 등 우리 사회에서 남성 성폭력이 만연해 있다"며 "그런데도 남성 성폭력 피해자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상담사나 상담센터가 전무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통합 성폭력 지원센터인 원스톱센터나 해바라기센터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들 센터는 전담 산부인과 의사와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있고, 법적 보호를 위해 여성 경찰관이 상주하고 있다. 반면 남성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심각한 외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담당할 전문의도 없고, 남성 상담사나 경찰관도 없다. 실제로 얼마 전 경기도 원스톱센터에 남성 성폭행 피해자가 병원에 실려와 여성 상담사가 상담을 하려 하자 침대에 엎드린 채 얼굴도 들지 않고 말도 하지 않으려 했다. 경기도 원스톱센터 관계자는 "성폭행을 당한 데 따른 수치심은 남성이 더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04년 군대 내 성폭력 실태조사에 참여했던 이경환 변호사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자살과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2차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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