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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서 日관광객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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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서 日관광객이 사라진다

입력
2013.01.0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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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명동에 줄지어 있는 한 화장품 매장 안. 일본말 대신 중국말만 들린다. 매장 매니저는 "올 여름만해도 일본인 관광객들이 60~7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30%로 급감했다"면서 "그 자리를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메웠지만 전체 매출액은 감소세"라고 밝혔다.

관광객 천국이 된 서울 명동에 일본인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작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전격적 독도방문과 일왕 사과 발언, 뒤이은 일본정부의 사과 없는 강경대응 등으로 양국 관계가 급속 냉각되기 시작하면서 급속히 줄어든 일본인 관광객은 겨울 휴가ㆍ방학시즌이 되었는데도 전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명동 주변 특급호텔과 화장품 매장, 남대문 시장 상가는 물론 여행ㆍ관광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꾸준히 늘어나던 일본인 입국자수는 작년 9월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3.8%를 기록한 후 10월 -20.7%, 11월 -24.8% 등 감소폭이 늘어났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최종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12월에도 마이너스가 확실하고 올해도 이런 감소세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의 감소는 관련업계에 이미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제주항공은 제주-일본 오사카 노선을 지난 1일부터 중단했고, 대한항공도 제주-나고야 노선을 지난 7일~2월말까지 잠정 중단했다.

호텔업계는 타격이 더욱 심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은 지난해 4분기 일본인 투숙객 수가 30%나 급감했다. 인근 남대문 시장 상인들도 더불어 울상을 짓고 있다.

예전에도 독도문제 등으로 양국관계가 냉각됐던 적은 있지만, 실질적으로 일본인 관광객수가 급감하고 이 추세가 이렇게 장기간 계속된 적은 없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특히 일본의 아베 정권이 엔화약세정책을 가속화하면서, 한국여행비용이 늘어나게 된 것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6월 100엔당 1,516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원ㆍ엔환율은 이날 현재 1,215원까지 떨어져, 산술적으로 봐도 일본인들의 한국여행비용은 20%가량 늘어나게 된 셈이다.

투숙객 유치를 위해 최근 일본에 다녀온 한 호텔업체 대표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보다는 일왕 관련 발언에 일본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했고, 여기에 일본의 우파 자민당이 독도문제는 물론 중국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사태 등을 크게 부각시키면서 한국이나 중국 여행을 가려면 주변 눈치를 봐야 할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인 관광객 급감은 한일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두 나라의 새 정부가 관계를 개선시키지 않는 한 관광한파도 풀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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