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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덜 든다" 너도나도 전기로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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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비 덜 든다" 너도나도 전기로 교체

입력
2013.01.0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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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하우스 농가는 최근 1,500만원을 들여 기름보일러를 전기보일러로 바꿨다. 전기료가 면세유보다도 싸기 때문이다. 전기를 씀으로써 이 농가는 연간 250만원 정도의 연료비를 절감하는 개인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에너지소비량은 1억㎉에서 1억5,400만㎉로 45%나 증가했다.

서울의 한 세탁소도 스팀다리미를 사용하기 위해 기존 경유보일러를 전기보일러로 교체했는데, 경유를 쓸 때 연간 360만원이던 연료비가 일반용 전기로 바꾸자 140만원 가량 절감됐다. 하지만 에너지소비량은 2,172만㎉에서 3,267만㎉로 50% 가까이나 늘었다.

농사용, 일반용 전기처럼 산업용에서도 전기가 선호되는 건 마찬가지. 경유 가열로를 전기로로 교체한 지방의 한 주물공장은 기존 190억㎉인 에너지소비량이 429억㎉로 무려 126%나 급증했다. 공장 관계자는 "5억원 가량의 교체비용이 들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전기로 운영하는 게 훨씬 더 이익"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름이고 겨울이고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고질적 전력난의 중요 원인 중 하나로 기름 대신 전기를 쓰는 이런 '전환수요'를 꼽고 있다. 너도나도 기름 대신 전기를 쓰고, 그러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모자란 전기가 더 모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는 비효율적인 에너지다. 기름이나 가스로 전기를 생산할 경우 절반 이상의 에너지는 소실되고 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기존 경유ㆍ가스 등을 전기로 바꾸는 비효율적인 전환수요가 늘어나면서 국가적 손실만 연간 1조원에 달한다. KDI 관계자는 "전력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전기를 만들기 위한 유류, 가스 등의 수입이 더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도 "전기로 난방을 하는 것은 생수로 빨래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숨을 내 쉬었다.

전기가 비효율적인 에너지임에도 불구, 이처럼 전기로 전환수요가 급증하는 건 전기료가 싸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료의 원가회수율은 87.4%. 전기를 만드는 데 100원이 들지만 87원에 판다는 뜻이다. 한전은 전기를 팔 때마다 13원 가량 손해 볼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수요자들은 그만큼 이익이 나는 것이다.

특히 농업용의 경우 어려운 농촌현실을 감안해 정부가 워낙 '낮은 전기료'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탓에 원가회수율이 30%대에 머물고 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기름보일러 대신 전기보일러를 쓰는 농가가 많다는 건 그만큼 농업용 전기료가 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전기료가 워낙 싸다 보니, 공장 가정 사무실 상가 매장 할 것 없이 여름이면 에어컨을 펑펑 틀어 대고, 겨울엔 난방기와 전기전열기를 풀로 가동하는, 그럼으로써 에너지 과소비 구조가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한가지. 전기료를 올리거나 기름ㆍ가스 등의 값을 내리는 것뿐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료 현실화는 비단 한전의 적자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기료만 인상할 경우 국민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유류세 인하를 통해 기름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기낭비를 부추기는 전환수요를 막으려면 석유 같은 1차 에너지에 대한 유류세 인하를 정책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도 "전기료를 현실화했을 때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올 수 있는데 이를 막으려면 유류세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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