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정부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전용기 대신 영국에서 빌린 전세기로 해외 순방에 나선다고 7일 밝혔다. 아르헨티나 정부에 채무이행을 요구하고 있는 헤지펀드가 대통령 전용기를 압류할 우려 때문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대통령 해외순방용 항공기를 영국 회사 챔프먼프리본으로부터 88만달러(9억3,553만원)에 빌렸다. 크리스티나는 10일부터 쿠바 아랍에미리트연합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4개국을 방문한다.
오스카 파릴리 대통령실 사무총장은 "대통령 순방 중 헤지펀드가 탱고-01(대통령 전용기)을 억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임대 배경을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입장에서 영국 전세기 임대는 편치 않은 선택이다. 임대료가 전용기 운용경비보다 25% 비싼 데다 양국 정상은 최근 포클랜드섬 영유권 문제로 설전을 벌였다. 그럼에도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전용기 압류를 우려할 만한 전례가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아르헨티나 해군 함정이 가나에서 미국 투자회사 NML캐피털의 요청을 받은 법원의 결정으로 두 달 넘게 억류됐고, 11월 남아공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훈련 중인 함정이 억류됐다.
아르헨티나의 국가 자산을 위협하는 헤지펀드는 2001년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선언의 산물이다. 1,000억달러(109조원) 규모의 채무상환을 늦춘 아르헨티나는 2005년과 2010년 채권자들과 기존 발행 국채의 93%를 원금의 3분의 1 가격으로 할인하는 구조조정에 합의했다. 그러나 NML캐피털과 같은 일부 헤지펀드는 아르헨티나 국채를 헐값에 대량 매입한 뒤 구조조정에 불참한 채 채무 전액지급을 요구해왔고,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연방법원은 헤지펀드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려 아르헨티나를 한때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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