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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농부' 흙으로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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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농부' 흙으로 돌아가다

입력
2013.01.0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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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탄생 주춧돌

흙에서 태어나 흙과 함께 살았던 ‘한국 최초의 유기농부’ 원경선 평화원 원장이 흙으로 돌아갔다. 한국유기농업의 상징인 풀무원농장 설립자인 그는 8일 새벽 1시49분 경기 부천 순천향대 병원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100세.

평안남도 중화군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16세때 부친을 잃고 농부의 삶을 시작했다. 전쟁 직후인 55년 경기 부천 땅 3만3,000 를 개간해 ‘풀무원농장’을 일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했던 그는 ‘자기 손으로 일해서 배고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농장에 받아들였다. 풀무원농장이 경기 양주로 옮겨간 76년엔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쓰지 않는 유기농법을 시작하고 국내 최초의 유기농민단체 ‘정농회’를 세웠다.

그는 평생 생명존중과 나눔의 삶을 살았다. 90년 국제기아대책기구 한국지부 부회장을 맡아 빈곤 퇴치 운동을 했고, 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세계환경회의에서는 한국 대표로 유기농 실천운동을 소개했다. 95년 글로벌 500 유엔개발계획(UNEP) 환경상, 97년 국민훈장 동백장, 98년 인간상록수상과 인촌상 등을 받았다.

교육자로도 이름을 떨쳐 1961년부터 2000년까지 경남 거창고 이사장을 맡아 ‘열린 교육’을 지향했으나, 군사정권시절 당국과의 마찰로 세 번이나 폐교 위기에 몰렸다. 그때마다 “타협하느니 차라리 학교 문을 닫는 것이 인격적으로 바른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버텨 ‘인간상록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고인은 90세가 된 2004년 충북 괴산군 청천면에 새로 마련한 풀무원농장으로 거처를 옮기고 농장 근처에 평화원이라는 공동체를 세웠다. 75년부터 이어온 현미와 채식 위주의 유기농 식단으로 건강을 유지했으며 지난해 4월17일에는 99세 생일을 맞아 백수연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2일부터 급격한 기력 쇠퇴로 병원에 입원해 엿새 만에 세상을 떠났다.

장남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이 1981년 창업한 식품기업 풀무원은 고인의높은 뜻을 기려 괴산의 풀무원 연수원인 ‘로하스 아카데미’ 내에 원경선 원장 기념관을 설립키로 했다.

유족으로는 장남 원 의원, 차남 혜석(미술가)씨 등 2남 5녀. 사위 하중조(KT&C 엔지니어링 대표), 송영관(전 상명고 교사), 김창혁(회사원), 김준권(정농회 회장), 유진권(전 중앙일보 기자)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지는 인천 강화군 파라다이스 추모원이다. 장례는 풀무원홀딩스 회사장으로 치러지며 장례위원장은 전성은 전 거창고 교장이 맡았다. 영결식은 10일 오전9시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다. (02)3410-6915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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