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30ㆍ고양시청)이 정든 바벨을 내려 놓는다.
고양시청 관계자는 8일 "장미란이 고심 끝에 은퇴하기로 했다"며 "10일 오후 2시 고양시청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공식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 동안 오랜 부상에 시달려온 장미란은 계약 만료 시점(2월)이 다가오면서 재계약보다 은퇴 쪽으로 마음을 굳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주변의 권유가 많았지만 학업에 충실하기로 했다. 여전히 한국 역도 1인자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장미란은 국내 대회용 선수로 남기보다 세계 수준의 선수로서 명예로운 은퇴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미란은 국내 여자 역도선수로는 처음으로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달성했다. 1998년 원주 상지여중 3학년 때 처음으로 바벨을 잡았고, 2002년 열 아홉 살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장미란은 그 해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최중량급에서 잇달아 은메달을 따내며 세계 무대에도 이름을 알렸다.
최강 자리에 오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압도적인 기량에다 큰 무대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2005년, 2006년, 2007년, 2009년 등 무려 4차례 세계선수권을 제패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인상 140㎏, 용상 186㎏, 합계 326㎏ 모두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당시 은메달을 딴 올라 코로브카(우크라이나)의 합계 기록은 장미란에게 49㎏뒤처진 277㎏에 불과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역도 선수들이 고질적으로 겪는 어깨 통증이 찾아왔고 2010년엔 불의의 교통사고까지 당했다. 특히 왼 어깨 신경을 누르는 통증 때문에 맨몸으로도 팔을 올리기가 힘들었다. 장미란은 매일 총 30~50톤 이상의 바벨을 들어올리며 예전의 기량을 찾고자 했지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과 러시아의 신예들을 따라갈 수 없었다.
용인대에서 체육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장미란은 자신의 이름을 딴 '장미란 재단'을 통해 비인기 종목을 지원하는 사업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