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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중1 시험 폐지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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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중1 시험 폐지 찬성

입력
2013.01.08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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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보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것은 보수를 대표한 문용린 후보의 ‘중1 시험 폐지’ 공약이었다. ‘중1시험 폐지’라는 선거공약은 그의 향후 정책에 일말의 기대를 갖게 만들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를 방문한 문 교육감은 “중 1때 시험은 있지만 진로탐색을 집중적으로 하자는 취지”라며 잉크도 마르기 전에 자신의 말을 바꿨다.

우리나라 교육 병폐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생들은 높은 성적을 받아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진학하는 것을 가장 큰 성공으로 삼고, 사교육비에 허리가 휘는 학부모들 역시 성적만 좋으면 모든 것을 용서하게 되어 ‘부모’가 아닌 ‘학부모’가 되어버리는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갈등해야 한다. 아이들은 자기 인생의 적어도 12년을 미래를 위해 저당 잡힌 채 즐거움이 없는 학교생활에 적응하길 강요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은 자기보다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왕따나 학교폭력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이런 우리교육의 비극적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입시에 종속되어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경쟁교육으로 인해 망가질 대로 망가진 교육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 국영수 편식증에서 벗어나 문예체 교육 강화로 감성지수를 높이고, 사람들과 관계 맺는 방식을 배우며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고,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을 발견해 가면서 스스로의 진로에 대한 전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전인교육이라는 교육 본래의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일 뿐 아니라 ‘협동적 문제 해결 능력’과 ‘생태 감수성’ 등을 2015년 새로운 평가지표로 제시한 PISA(국제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의 21세기형 교육목표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문 교육감이 약속한 ‘중1시험 폐지’는 이런 점에서 볼 때 대단히 환영할 만한 정책이었다. 초등학교와는 전혀 다른 교육과정과 갑자기 어려워진 교육내용 등에 적응하기도 전에 일제고사 식 시험의 부담에 시달려야 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응하고, 자신의 진로를 탐색할 시간을 주는 것은 교육적으로도 긍정적일 뿐 아니라, 보다 높은 학습능력을 키우기 위한 안정적인 학습 환경을 제공해 주게 될 것이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중1시험 폐지’가 아이들의 학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문 교육감의 정책이 현실화 된다면 오히려 아이들의 학력이 더 향상될 수 있는 조건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학습능력은 자발적인 학습 의지를 가질 때 극대화되고, 공부해야 할 목표가 분명해 질수록 자발적인 학습의지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시험이 없어지면 학력이 저하될 것을 염려하는 이들은 우리나라 교육이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평가(시험)의 교육적 목적은 아이들을 줄 세우기 경쟁에 밀어 넣어 도태되지 않으려 공부하도록 강제하는 것에 있지 않다. 평가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학습 목표가 제대로 체화되었는지, 아이들이 어려워하고 막힌 부분은 어디인지를 찾아내 보다 완전한 학습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교육과정의 일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교육제도 안에서는 이러한 평가의 애초 목적이 오래 전에 실종됐다.

그래서 문 교육감의 ‘중1 시험 폐지’ 공약은 평가의 본래 목적을 되살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가 비록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후보였지만 교육학자로서 그가 주창했던 ‘행복교육’의 정책적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반갑기도 했다.

문 교육감의 말 뒤집기와 공약 철회가 더 안타깝고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취임 불과 3주째다. 이제라도 문 교육감이 자신의 공약을 책임 있게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래서 무너진 우리 교육에 회생의 숨통이 트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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