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가입요? 영업정지 받은 거 아시죠? 하지만 정 원하시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업체 3사는 과도한 휴대폰 보조금을 지급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20~24일씩 순차적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 3사중 가장 먼저 LG유플러스를 영업정지가 7일부터 시작됐다.
영업정지인 만큼 신규가입도 번호이동도 불가능한 상황. 가능한 건 휴대폰만 바꾸는 '기기변경'뿐이다. 불법영업에 대한 감시제도(일명 폰파라치)까지 운영되고 있어, 외견상 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하지만 몇 군데 대리점을 돌아본 결과, 교묘하고 은밀한 방법으로 사실상의 영업은 이뤄지고 있었다.
서울의 한 이동통신 대리점을 찾아 가입가능 여부를 물어 봤다. 대리점 직원은 "오늘부터 영업정지라 신규 가입은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원한다면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면서 한가지 제안을 했다. 이동통신사들이 실적을 올릴 때 종종 사용하는 이른바 '가개통'방식이었다.
가개통이란 대리점에서 (대리점 직원이든 혹은 다른 사람 누구든) 명의로 미리 휴대폰을 개통해 놓고, 나중에 이 휴대폰을 판매하면서 명의만 바꾸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이미 개통된 휴대폰이기 때문에 전산시스템에서 신규가입이 아닌 기기변경으로 잡혀, 영업정지를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대리점은 영업정지 중에도 이처럼 미리 개통해 놓은 휴대폰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리점의 경우 영업정지 전 주말이었던 지난 5~6일 사전예약을 받아 놓고 이날 개통해주기도 했는데 이는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와 달리, 가개통은 명백한 불법이란 게 당국의 시각이다.
이 대리점 직원은 한술 더 떠 "여기는 본사 직영점이라 (신규 가입이) 가능하다"며 "휴대폰 할인 쿠폰을 주겠다"고 보조금까지 제안했다. 기기 할인쿠폰 20만원과 기존 사용하던 휴대폰을 반납하면 20만원 등 총 40만원을 주겠다는 것. 그는 "이 조건으로 월 6만2,000원 LTE 요금제에 가입하면 2년 약정으로 옵티머스G와 갤럭시S3를 구입시 다달이 휴대폰 이용료를 합쳐서 7만9,000원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측은 "판매를 위해 본사 직영점이라고 주장하는 대리점이 많다"며 "가개통은 어디까지나 대리점들의 편법일 뿐 본사 정책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SK텔레콤과 KT 등 다른 이동통신사들도 보조금 지급은 여전했다. 서울 모 지역의 대리점에선 공짜폰까지 버젓이 제시했다. 이 대리점 직원은 "본사에서 주는 보조금이 스마트폰에 따라 35만~50만원이며 대리점이 따로 주는 보조금이 20만원이어서 합치면 70만원까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특정 휴대폰은 제조사보조금까지 더해져 번호 이동이나 신규가입시 사실상 공짜였다.
또 다른 대리점은 폰파라치를 의식한 듯 "보조금 상한선인 27만원 이상 줄 수 없다"고 못박으면서도 "기존 휴대폰을 반납하면 20만~30만원 정도 더 받을 수 있다"고 귀뜸했다. 중고폰 반납가격에 정가가 없는 점을 활용, 사실상 보조금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영업정지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지 지방까지 돌며 현장점검을 벌였으나 가개통 같은 불법영업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타인 명의로 개통했다가 명의이전 하는 가개통은 그 자체가 불법"이라며 "현장점검을 해서 적발되면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배민권 인턴기자 (서강대 경제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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