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평인사…공화당 인재와 정책, 그리고 정적 포용하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척 헤이글(66) 전 상원의원을 차기 국방장관으로, 존 브레넌(57) 백악관 대테러·국토안보 보좌관을 차기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각각 임명하기로 했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모두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뤄지는 ‘오바마식 탕평 인사’여서 주목된다.
헤이글은 이스라엘과 동성애자 비판 발언으로 공화ㆍ민주 양쪽에서 비난을 받고 있지만 2008년 정계에서 은퇴할 때까지는 공화당원이었다. 오바마와는 상원의원 시절 친분을 맺었고 선거 때도 오바마를 도왔다. 그러나 오바마가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 후임에 소속 정당이 다른 헤이글을 선택하려는 것은 이 같은 친분보다는 그의 능력을 샀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헤이글을 잘 안다, 그는 애국자다”라며 “베트남전에서 용맹을 떨쳤고 정보자문위원장 일도 훌륭하게 해냈다”고 말했다.
브레넌은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과 중동·북아프리카 테러 조직 추적 등 오바마 집권 1기의 테러 전쟁을 주도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시 CIA에서 가혹한 심문에 개입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악관 관계자는 “오바마는 4년간 모든 안보 이슈에 개입한 브레넌을 완전히 신뢰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집권 1기 때 정치성향 보다 능력 위주의 초당적 탕평 인사로 공화당원 심지어 정적까지도 중용했다. 헤이글과 브레넌의 지명은 집권 2기에도 ‘오바마 식 인사 모델’이 재가동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4년 전 오바마는 예상을 뒤엎는 공화당 인사 등용으로 찬사와 성과를 동시에 얻었다.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켜 알카에다와의 전쟁을 수행했고 공화당이 선호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를 CIA 국장에 임명해 CIA의 변신을 유도했다. 상무부 장관과 교통부 장관도 공화당 출신에게 맡겼다.
오바마는 사람뿐 아니라 정책도 공화당의 것을 가져다 썼다. 금융위기를 처리하면서 은행을 국유화하지 않았고 자신의 최대 치적인 건강보험개혁법의 추진은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오바마는 경선에서 맞붙었던 정적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앉혀 두 사람 모두 승자가 되는 결과를 얻었다. 4년이 지난 지금 힐러리는 2016년 대선의 가장 유망한 주자가 됐고 오바마는 아시아 중심 전략을 비롯한 외교적 수확을 거둬들였다. 이번에 헤이글과 국방장관 직을 놓고 경합한 미셸 플러노이도 실은 힐러리 사람이었으나 오바마가 발탁해 집권 1기 국방부 차관에 등용했다.
헤이글과 브레넌이 임명되면 국무장관에 지명된 존 케리, 국가안보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토머스 도닐런을 포함해 미국 국가안보 4개 고위직 모두를 20년 만에 백인 남성이 맡게 된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그리고 오바마 1기 정부 때는 4개 직에 소수인종 또는 여성이 최소 1명 자리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 때도 ‘신보수주의(네오콘)의 대모’로 불린 진 커크패트릭이 유엔 주재 미국대사로 있으면서 국가안보위원회에서 막강 영향력을 행사했다.
헤이글은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탈바꿈한 뒤 공화당에서 독자 목소리를 냈다. 과거 그의 이라크전 비판, 이란 제재 반대, 이스라엘 비판 경력은 상원 인준청문회의 험로를 예고한다. 브레넌은 테러 용의자에 대한 무인기(드론) 공격 작전을 지지해 진보진영의 비판을 받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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