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등학생 10명 중 4명 이상(44%)이 '10억이 생긴다면 잘못을 하고 1년 정도 감옥에 들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중학생은 28%, 초등학생도 12%나 양심 보다는 돈을 택했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는 최근 초·중·고교생 각각 2,000명을 대상으로 윤리의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또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정직지수'를 산출한 결과 초등학생 85점, 중학생 72점, 고등학생 67점으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윤리의식도 낮아졌다. 연구 책임자인 안종배 한세대 교수는 "예전에는 가정과 학교에서 모두 윤리·도덕 교육이 중시됐지만 이제는 입시와 출세 위주 교육이 중요해진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학용품을 산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 '부모님께 아프지 않은데도 꾀병을 부린다' '공부하러 간다고 부모님께 핑계를 대고 놀러 간다'에 동의하는 고등학생이 각각 52%, 38%, 56%나 되는 등 고등학생의 경우 가정에서의 정직지수 평균이 59점으로 2010년 가정에서의 정직지수 조사결과인 61.7점보다 더 떨어졌다.
또 '부모님이 나를 잘 봐달라고 선생님께 촌지를 주는 것은 괜찮다'에 동의하는 초등학생 비율이 35%에 달하는 등 중학생 25%, 고등학생 14%에 비해 더 높아 눈길을 끌었다. 흥사단 측은 캠페인 같은 교육을 통해 학년이 올라가면서 촌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정직한 사람이 대우 받거나 성공하지 못하는 반면 부도덕한 방법을 쓴 사람들이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학생들의 의식 속에 물질만능주의, 배금주의가 싹 튼 것 같다"며 "학생들에게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0년 처음 시작해 2년 주기로 하고 있는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12월 7~10일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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