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투자에 승부를 걸었다. 극심한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 창사 이래 최대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올해 다른 재벌 그룹들도 대규모 투자확대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6일 시설 부문 14조원, 연구개발(R&D) 부문 6조원 등 올해 총 2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총 16조8,000억원) 보다 19% 증액된 규모이며, 종전 최대 액(2011년 19조4,000억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가장 많은 돈이 투입되는 쪽은 역시 전자.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힘겨운 재기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스마트폰, 삼성전자와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는 TV 쪽이 핵심이다. 초고해상도 모바일용 LCD 패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산화물 반도체 등 생산라인 구축에 총 13조4,000억원이 투입된다. 특히 2016년을 목표로 한 60인치 투명 OLED 패널개발도 본격화된다. 이밖에 화학부문은 3조5,000억원, 통신ㆍ서비스에도 3조1,000억원이 투입된다.
채용도 최소한 작년 수준인 1만5,000명, 상황이 가능하다면 이보다 늘린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모바일, 올레드TV 등 차세대 상품 창출을 위한 개발 및 생산인력을 적극 고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가 투자 확대에 나선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작년부터 구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시장선도론'의 맥락이다. 구 회장이 신년사에서도 강조했던 것처럼 '세상을 뒤흔들만한 제품'을 만들려면, 경기가 어려울 때 오히려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구 회장은 스마트폰에서 고배를 마셨던 것이 결국은 급변하는 시장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판단, 다시는 이런 실패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투자확대의 또 하나 이유는 새 정부 출범을 맞아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취지. 경제가 어려워도 투자와 고용을 통해 대기업이 일정부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투자계획을 내놓은 LG그룹이 예상을 깨고 파격적인 투자확대를 선언함에 따라, 다른 대기업들도 투자 및 고용확대선언이 잇따를 전망이다. 지난해 48조원을 투자한 삼성그룹은 이미 이건희 회장이 "늘릴 수 있는 한 늘리겠다"고 밝혔으며, 금년도 총 투자규모는 50조원대 중반에 이를 전망이다. 현대차 그룹도 두자릿수 증가율의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미래투자는 이제 경기불황과 관계없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더구나 올해는 새 정부 출범원년으로 경제살리기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기대가 큰 만큼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화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