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초연 후 첫 한국어로 공연 중인 세계 4대 뮤지컬의 하나인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달 7일 계명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후 이달 20일까지 거의 대부분 공연이 매진사태를 빚는 등 '뮤지컬도시 대구'의 위상을 실감케 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레미제라블'에 보여준 높은 관심은 올 한 해 동안 대구 뮤지컬산업에 청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배성혁(48ㆍ사진) ㈜예술기획성우 대표는 "서울보다 먼저 한국어 공연을 대구에 유치한 것은 그 만큼 대외적으로 대구가 뮤지컬도시로 인정받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올해도 세계적인 공연을 유치해 뮤지컬도시 대구의 위상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피력했다.
대구 뮤지컬의 산 증인이나 마찬가지인 배 대표의 지상과제는 뮤지컬을 통해 대구문화산업 발전에 일조하는 것. 그는 "대구만큼 문화적인 수준이 높은 도시도 드물다는 점에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대구를 문화산업도시로 성장시키는데 기여하는 게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 한해 동안 굵직굵직한 공연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무대제작에만 1개월 넘게 걸리는 뮤지컬 '아이다'와 이미 여러 차례 대구 관객들에게 선보였던 뮤지컬 '맘마미아'의 오리지널팀 내한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가수 강인원, 민혜경이 부른 노래를 창작뮤지컬로 제작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문화 소외계층을 위한 객석 기부도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그는 "지금까지 대구시민들의 사랑으로 예술기획성우와 저 개인이 성장해왔으니 이제는 되돌려주는 일만 남았다"며 "혼자서만 잘 사는 것이 아닌, 대구 전체가 잘 살 수 있도록 문화산업을 통한 대구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계에서 대구를 서울과 함께 국내 뮤지컬계 양대 도시로 만든 주역이 배 대표라는데 이론이 없다. 클래식과 대중가요 공연 위주였던 대구에 2002년부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을 본격 소개, 시민들을 뮤지컬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2002년 뮤지컬 '갬블러'와 '시카고'를 시작으로 2005년 '맘마미아'를 통해 지역에 뮤지컬 붐을 일으켰다. 특히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탄생과 정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구시에 "대구에서 선도적으로 뮤지컬축제를 만들어 국내시장을 주도하자"고 제안해 2006년 프레축제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았다. 2007년 제1회 행사의 집행위원, 2008~2011 2~5회 행사 집행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대구 뮤지컬발전에 기여해 왔다.
배 대표는 뮤지컬은 단순한 문화가 아닌 문화산업이므로 대구의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더 이상 대구가 단순한 뮤지컬 유통 및 소비시장으로 남아있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그는 "대구의 미래 먹거리를 생각할 때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연문화도시 대구도 좋지만, 이것 저것 다 하려고 하기 보다는 비교우위가 있는 뮤지컬산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뮤지컬산업은 배우, 패션, 건축, 미술 등 다방면의 고용창출은 물론 지역 관광자원과의 연계로 대구를 관광문화도시로 성장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 도쿄에 가면 18년째 뮤지컬 '라이온 킹'이 공연 중인데, 이를 보고 미술관에 들린 뒤 쇼핑하고 숙박하는 게 하나의 관광코스"라며 "잘 만든 문화관광상품 하나만 있다면 그 도시는 그것 하나만으로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동력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대구를 뮤지컬산업도시로 육성하는 것에 대해 순수 예술공연 분야에서 우려와 반대가 가장 많은데, 모든 예술은 하나가 잘 되면 반드시 시너지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대구가 뮤지컬산업도시로 거듭나야 다양한 경제영역과의 연계를 통한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뮤지컬전용극장'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엔 이미 전용극장이 5개나 되고, 후발주자인 부산에도 지난해 해운대 센텀시티에 전문 공연장이 들어섰다. 그는 "2008년부터 수성구 황금동 어린이회관 주차장 부지에 뮤지컬 전용극장 건립을 추진해왔지만 지난해 무산된 이후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전용극장 생기면 배성혁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고도 하는데, 뮤지컬산업은 지역 전체가 먹고 살 수 있는 성장엔진"이라고 말했다.
이현주기자 lare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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