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3시 안동시 남후면 암산유원지 채빙(採氷) 시연행사장. 8일 열리는 안동석빙고 장빙제를 앞두고 얼음을 채취하는 이날 행사에는 부역꾼 20여명과 구경꾼 3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길놀이로 흥을 돋우는 풍물패와 채빙을 독려하는 마을 현감의 성화에, 부역꾼이 반달모양의 얼음톱 양쪽 끝을 서로 잡고 강얼음을 잘랐다. 가로 150cm, 세로 30cm 크기로 잘려진 80kg 정도의 얼음을 장정 두 명이 쇠꼬챙이로 강에서 끌어올렸다. 이렇게 건져 올려진 얼음 덩어리는 소달구지로 안동석빙고로 옮겨진다. "조선시대에는 매서운 강바람과 힘든 얼음 일을 못 견딘 장정들이 부역을 피해 멀리 피했다 봄에 돌아오는 바람에 '빙고(氷庫)과부'란 말이 생겼을 정도였지요."
경북도와 안동시가 주최하고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과 안동석빙고장빙제 추진위원회가 주관하는 '2013 안동석빙고 장빙제'가 8일 열린다. 조선시대 임금님 진상품인 안동은어를 저장했던 안동석빙고에 얼음이 채워진 과정을 재현하는 행사다. 5일에는 낙동강의 얼음을 잘라내는 채빙 행사가 열렸고 8일에는 잘라낸 얼음을 소달구지로 운반하는 운빙(運氷), 얼음을 석빙고에 차곡차곡 재는 장빙(藏氷) 등 3가지 과정이 재현된다.
일년 중 가장 추운 소한에 열린 이날 채빙 행사는 강바닥 제설작업이 곁들여지는 등 백성들의 애환이 깃들어 있었다. 전통문화콘텐츠개발사업단 김석현(58) 사무국장은 "과거 예안현감이 벌이는 장빙제는 추위를 막아줄 변변한 옷 한벌 없이 지내던 강촌 백성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부역이었을 것"이라며 "장빙고제가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도록 올해부터는 관광객이 많은 암산얼음축제 기간(5∼9일)에 연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