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개봉동의 한 카페 2층. 유니폼에 제빵 모자를 쓴 한 청년이 "아몬드 예쁘게 놓으세요"라는 제과제빵 강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몬드를 집어 들었다. 허리를 굽히고 진지한 눈빛으로 아몬드 3개를 천천히 쿠키 반죽 위에 올려놓는다. 반죽을 떼어 동그랗게 빚고 고명을 얹기까지 5~6분이 걸려서야 겨우 쿠키 모양 하나를 완성한 뒤 그는 제 임무를 다 했다는 듯 환하게 웃었다.
커피를 파는 1층과 쿠키나 머핀을 만드는 2층 주방 겸 교육실로 구성된 카페 다울은 여느 카페와 다른 점이 있다. 판매되는 쿠키가 모두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손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장애인 자립을 목표로 서울시 비영리단체인 장애인학부모회 두리하나 회원들과 부모들이 3,000만 원 정도를 투자해 설립한 곳이다.
다울의 주인은 한현우(21ㆍ지적장애1급), 최광선(23ㆍ자폐장애1급), 원윤호(24ㆍ자폐장애1급), 이하연(22ㆍ지적장애2급), 김경원(20ㆍ지적장애1급)씨 등 5명의 중증장애인들과 그 어머니들이다. 유치원생 정도의 지능 수준인 이들에겐 쿠키 하나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비단 요즘 같은 구직난 속에서만 취업이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카페에서 주 2~3회 강사로부터 배우고 쿠키를 만들어 팔면서 이들에겐 변화가 일고 있다. 한현우씨의 어머니 양순덕(51)씨는 "현우가 음악, 꽃꽂이 등을 배워봤지만 요리만큼 좋아한 적이 없다"며 "이제는 집에서 혼자 라면도 끓여먹는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최광선씨의 어머니이자 하나두리 회장인 김미희(44)씨는 "1분이면 할 일을 5분 이상 걸리는 우리 아이들을 기다려줄 직장은 많지 않겠지만, 이 카페에서 차츰 쿠키 만들기에 숙달되면 앞으로는 지역 사회의 떳떳한 일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카페 이름 '다울'은 '지역사회에서 다 함께 어울려 산다'는 뜻이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물론 부모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컸다. 다섯 어머니 모두 일을 돕기 위해 제과제빵사 자격증을 땄고, 그밖에 사회복지사, 활동보조인,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가진 고스펙자들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김씨는 "하루에 400~500개의 쿠키가 팔려도 아이들에게 줄 임금은 없다"며 "월 500만원 이상의 수익이 나야 하는데 재료비, 강사 비용 등을 충당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메리카노가 뭔지도 모르지만 커피를 팔아주러 오는 골목 어르신들, 일부러 찾아와 쿠키를 무더기로 사가는 시민들이 있어 이들은 흐뭇하다. 구로구청은 구청 행사 때마다 쿠키를 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울 식구들은 오전 9시에 칼같이 출근을 한다. "직장인도 9시에 출근하잖아요. 여기가 우리 아이들 직장이니까 출근시간을 지켜야죠." 쿠키를 포장하는 광선씨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김씨가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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