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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대박 애니… 알고보니 1인 제작사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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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대박 애니… 알고보니 1인 제작사 작품

입력
2013.01.06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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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소재 애니 '1루수가 누구야' 유튜브 조회수 1664만번 이상 톱10 UGC 중 4개나 올라"1인 제작자 사이트 사업할지 영화감독의 꿈 펼칠지 고민 중… 3년은 더 이 일에 매진할 것"

김난도 서울대교수는 에서 지난해 소비트렌드 특징 중 하나로 '네오-마이너리즘'(Neo-Minorism)을 들었다. 그동안 비주류, 2급, 변방이라고 치부됐던 존재들이 주류의 대안으로 무섭게 떠오른 것을 말한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그것이다. 정신없이 움직이는 세상, 문화소비자들은 변화에 굼뜬 기성의 문화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작지만 감성 충만한 스토리와 콘텐츠로 무장한 하위문화들은 기성의 문화에 식상한 소비자들을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다. 독특한 소통언어로 자기만의 영역을 확보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꿈틀거리는 '제2의 김기덕''제2의 싸이'의 주인공들을 만나본다.

지난 한해 싸이의 '강남스타일'과 함께 유튜브를 뜨겁게 달궜던 영상은 '1루수가 누구야'였다. 1,2,3루수 선수의 이름이 각각 '누구야' '뭐' '몰라' 여서 생기는 해프닝을 다룬 이 동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664만 번 이상을 기록했다. 진한 경상도 사투리에 구(球)모양의 얼굴과 원통형의 몸매를 지닌 단순한 캐릭터들이 웬만한 인기 K팝 스타의 뮤직비디오보다 월등히 높은 인기를 얻은 것이다.

이 영상은 '흥해라 흥 픽쳐스'란 제작사의 '김만중'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1인 제작자 김호근(32)씨의 작품이다. 지난 연말 유튜브가 발표한 국내 사용자 제작 동영상(UGC) 톱 10에는 '1루수가 누구야'를 비롯 '7×13=28' '급똥레전드 1' '급똥레전드2' 등'흥해라 흥 픽쳐스'의 작품이 4개나 올랐다.

2009년 대학을 졸업(서울대 지리학과)한 김씨는 1인 제작 애니메이션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젊은이다. "솔직히 전공에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어요. 회사 취직이나 고시 같은 건 생각도 안했어요. 대학생활 내내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를 찾아 다녔지요. 연극 동아리에도 들어가 보고, 작곡 공부해보겠다고 1년 휴학도 해보고, 영화감독도 꿈꾸었어요. 남들 죽어라 공부할 때 사실 땡땡거리고 놀기만 한 셈이죠."

그러다 그는 한편의 SF영화를 보는 듯한 컴퓨터 게임의 인트로 동영상을 보고 이건 뭐지 싶었다. 또 '마야'같은 그래픽프로그램을 알게 되면서 미술 전공이 아니지만 혼자서도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외국에선 유튜브를 통해 1인 제작자들이 몇 십억씩 돈을 번다는 기사도 접하고 나자 발칙한 상상력을 지닌 자신의 끼를 적극 활용해 한번 도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 만든 게 '급똥레전드 1'. 급하게 볼일을 보게 된 상황의 해프닝을 그린 '급똥'이 디씨인사이드를 통해 인기를 얻었고, 이어서 만든 '1루수가 누구야'가 공전의 히트를 터뜨렸다. 그래픽도 그가 그리고, 영상 속 대사도 모두 그의 목소리다.

이 싼 티 나는 캐릭터들은 인기를 등에 업고 정치만평에도 등장하고 캐롤도 불렀다. "MBC와 했던 만평은 후회돼요. 원래 정치에 관심 없었는데 섣불리 달려든 게 아닐까 싶어요. 중립 지키느라 애쓰다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예전엔 친구가 나꼼수를 영상으로 만드는 것 어떻겠냐 권하기도 했어요. 솔깃하긴 했지만 남들 것 만드는 게 내키지 않았어요. 그쪽에서 먼저 만들어달란 것도 아닌데 하는 알량한 자존심도 있었고요."

직업으로 삼은 만큼 이 일은 적정 수입을 보장해야 한다. 영상에 붙는 광고의 수익을 유튜브와 50대 50으로 나누는 게 가장 기본적인 수입이다. 가장 많은 수익을 낸 건 카카오톡에 상품화한 캐릭터 이모티콘이다. 영상에 살짝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PPL도 비즈니스 모델화하는 중이다. 현재 유튜브상 흥해라 흥 픽쳐스의 구독자는 3만5,000명 가량, 현재까지 총 조회수는 5,071만 정도다. 김씨는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기엔 아직 미흡하다고 판단, 구독자 5만명 이상, 조회수 1억 이상을 목표로 삼았다.

김씨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31일 서울 논현동에 원룸이지만 작업실도 내고 새로운 한 해를 시작했다. 1주일에 무조건 한편씩 올리겠다는 각오를 실천하기 위해 곧 일을 도와줄 사람도 채용할 계획이다. 그는 미래에 대해 "여러 1인 제작자들을 모은 통합 사이트를 구축하는 등 사업을 넓혀 나갈지, 대학 때 간직했던 영화감독의 꿈을 펼쳐볼 지 고민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후자 쪽으로 마음은 가는데 글쎄요. 적어도 3년은 더 이 일에 매진하려고요. 그 동안 제가 만든 영상이 꽤 많이 쌓이겠죠. 강풀의 웹툰이 영화가 된 것처럼 혹시나 누가 '방구도시'를 영화화하자고 한다면 내가 감독하겠다 욕심도 부려볼 거에요(웃음)."

촬영이나 그래픽 장비가 손쉬워졌고, 유튜브처럼 동영상 등을 올릴 수 있는 공간도 넓어졌다. 개인들이 생각하고 찍어낸 것들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는 "남이 만든 동영상만 즐기지 말고 직접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들어 보길 권해요. 그리고 저 같은 1인 제작자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해요. 경쟁자가 아닌 동업자라고 생각해요. 그들과 함께 커가고 싶어요.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보세요."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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