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가 15개월 만에 다시 부산 한진중공업을 찾았다. 2011년 시민들의 참여로 한진중 정리해고자 복직을 이끌어낸 1차 희망버스처럼 또 다시 사측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높아질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 등 1,800여명(경찰 추산ㆍ주최측 3,000여명)은 5일 오후 8시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지난달 목숨을 끊은 이 회사 직원 고 최강서(당시 35세)씨를 추모하는 집회를 가졌다. 희망버스가 부산을 찾은 것은 지난 2011년 10월 이후 1년 3개월만이다.
서울 경기 전남 경북 등 전국에서 총 32대의 버스를 나눠 타고 모인 이들은 최씨가 "'민주노조 사수, 158억원 손배가압류 철회'를 유서에 남기며 숨졌다"며 사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0~2011년 사측의 정리해고에 반대해 309일간 크레인 농성을 벌였던 민주노총 김진숙 지도위원은 추도문에서 "강서야, 오늘은 내가 크레인에 오른 지 만 2년이 되는 날로 그날 영하 13도에 내 몸이 부서져도 널 지키겠다고 했는데 너는 가고 나는 남았다"고 했다. 숨진 최씨 아내 이선화(38)씨는 "남편이 생활고로 자살을 택했다고 허위광고를 낸 회사에 대해 분하고 억울한 심정이며 회사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노회찬 심상정 은수미 의원 등 야당 국회의원과 정동영 권영길 전 의원 등도 참석해 최씨의 죽음을 애도하고 사측의 손배소 철회 등을 촉구했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앞서 이날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주차장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 승리를 위한 다시 희망 만들기' 집회도 가졌다.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현대차 울산3공장 인근 송전탑에서 82일째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내하청 해고 노동자 최병승(37)씨와 비정규직 노조 사무국장 천의봉(32)씨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참가자들은 쌀과 기금, 두 농성장에게 쓴 편지도 전달했다.
민주노총과 시민단체들로 이뤄진 비상시국회의 관계자는 "최씨가 사망한 이유가 157억원의 손배소였던 만큼 한진중공업이 손배소를 철회하고, 현대차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할 때까지 2차, 3차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며 "빨리 최씨의 장례를 치러야 해 빠르면 이달 내에 2차 집회를 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집회가 2011년 희망버스만큼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을 응원하기 위해 2011년 6월 11일 처음 진행됐던 희망버스는 1차 때 금속노조 조합원을 중심으로 700여명이 참가했다. 그러나 이후 대학생 직장인 주부 등 시민들이 폭발적으로 호응하며 2차 희망버스에는 7,000명(이하 경찰추산), 3차 5,000여명, 4차 3,000여명 등이 참여했다. 비상시국회의 관계자는 "이번에는 연말 연시라 적극적으로 홍보를 못했는데도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며 "2차 때는 4,000~5,000명 정도 모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큰 이슈가 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김 지도위원을 위한 희망버스가 여름에 갔던 것과 달리 혹한의 추위도 걸림돌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이 집회가 얼마나 호응을 끌어낼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하지만 반드시 이 집회의 참여자를 늘이고 파급력을 높여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사회적인 문제에 함께 관심을 갖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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