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가 이번에는 '바이오센서 분야 권위자이며 과학 대중화의 전도사'라며 박태현(56)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를 추천했다.
내가 박태현 서울대 교수를 처음 만난 것은 25년 전쯤이다. 당시 박 교수는 대장균을 이용해 재조합 단백질을 생산하는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나를 비롯해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배였다.
박 교수는 오래 전부터 대학교수를 꿈꿔왔고 결국 그 꿈을 이뤄냈다. 그래서인지 그는 대학교수로 하루하루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연구는 물론이고 가르치는 일에도 매우 열정적이고, 글쓰기를 좋아해 전공서적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적도 여러 권 냈다. 또한 'TV 특강' 등을 통해 중고생과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생명공학 강의를 하면서 이 분야의 '지식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그는 강의에서 자신의 책 를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재미있고 알기 쉽게 풀어주었다. 그래서 TV 특강은 120회 이상 진행돼 이미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박 교수는 재미있는 연구주제를 잡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요즘 그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연구는 '바이오 전자코'와 '바이오 전자혀'개발이다. 인간의 오감 중에 시각과 청각에 대한 연구는 비교적 많이 진행돼 왔다. 그러나 사람과 똑같이 냄새를 맡거나 맛을 보는 장치에 관한 연구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박 교수가 연구하는 '바이오 전자코'와 '바이오 전자혀'는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기존의 '전자코'나 '전자혀'와는 차원이 다른 진일보한 기술이다. 기존의 연구는 냄새와 맛을 구분하는 데 급급할 뿐, 인간의 감각을 재현하는 데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반면, 박 교수가 연구 중인 기술은 인간의 후각과 미각 수용체를 사용함으로써 인간의 후각과 미각에 가장 가깝게 재현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는 현재 과학계와 산업계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박 교수가 전문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면 곧바로 미국 화학협회나 영국 왕립화학협회 사이트에는 관련 해설 기사가 따른다. 국내 언론들도 앞다투어 관련 내용을 보도한다. 실제로 이 분야에서는 박 교수 연구팀에 필적할 만한 경쟁상대가 없다.
이 분야는 응용이 무궁무진하다. 냄새를 표준화하고 코드화하는 것이 가능해지면 향수나 와인, 커피 등 향취 산업에 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자의 날숨 냄새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거나 음식물 부패∙신선도를 측정하고 폭발물 및 독극물 감지, 마약 검색 등에도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국제학술활동에도 열심이다. 생물공학 분야 주요 국제저널에서 편집인과 편집위원을 맡고 있으며, '아시아 생명공학 연합체(Asian Federation of Biotechnology)' 결성과 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53개국에서 2,000여명이 참석한 '2012년 세계생명공학대회' 사무총장을 맡아 학술대회를 성공리에 치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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