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예방을 위한 우범자 관리가 우선인가, 개인 정보 보호와 인권이 우선인가. 경찰의 우범자 관리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인권위는 민주통합당 이찬열 의원이 발의한 '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관련해 "우범자 선정 기준·절차, 정보수집의 범위·방법, 자료보관 기간 등에 대한 일정한 기준을 법률에 직접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고 6일 밝혔다.
법률개정안은 지난해 발생한 통영 초등생 살해사건, 서울 중곡동 주부 성폭행 살인사건 등이 성범죄 전과자에 의한 것이었고, 특히 중곡동 주부 살해범 서진환의 경우 이 사건 13일 전에도 전자발찌를 찬 채 성폭행을 저질렀는데도, 범행을 막기 위한 노력이 없었다는 비판이 일면서 지난해 8월 발의됐다. 현행법상 우범자의 첩보수집 활동에 대한 규정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경찰이 우범자에 대해 법적 근거를 갖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경찰이 살인, 강간, 조직폭력 등의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 중 재범 우려가 있는 개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개정안의 적용 기준과 수집 범위가 명확하지 않고, 경찰이 임의적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로 개정안은 정보 수집의 방법과 절차, 범위 등 세부적인 사항을 직접 규정하지 않고 모두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개정안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수집·보관되는 정보의 내용과 정보 보관 기간 등 세부 내용을 알 수 없다"며 "대통령령에 규정될 내용의 기준도 예측할 수 없어 인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특히 사상ㆍ신념, 정치적 견해, 성생활 등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민감 정보가 수집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인권위 관계자는 "범죄예방과 수사목적이라는 공익의 중요성을 고려하더라도 더욱 높은 정도의 주의와 보호를 위해 법안의 내용이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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