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레드포드 감독의 영화 의 플라이 낚시 장면은 문외한의 눈에도 아름답다. 적당한 리듬을 타고 길게 휘어져 멀리까지 날아가는 낚싯줄에 무지개 송어가 매달려 올라올 때의 손맛도 짐작이 간다. 자연상태의 송어가 살지 않는 한국에서 비슷한 손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송어 사촌 뻘인 산천어다. 송어나 연어가 강과 바다를 도는 것과 달리 내륙 하천에 갇힌 '육봉형(陸封型ㆍLandlock Type)'으로 진화한 덕이다.
■ 하천 오염으로 대부분의 수계에서는 더 이상 보기 어렵고 강원도 산골짜기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민물고기다. 이 때문에 산천어 플라이 낚시꾼들은 가까운 일본의 계곡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야마메(山女ㆍ山魚)'로 불린다. 한자표기처럼 산천어의 낭창낭창한 자태가 '산 아가씨'를 연상시켜서 나온 이름이라는 속설도 있지만, '산에 사는 물고기'가 어원이라는 게 통설이다. 무지개 송어와 산천어가 함께 사는 계류가 많아 낚시꾼들을 부른다.
■ 그 대신 국내에서는 얼음 구멍에 견지낚시를 간단히 드리우는 것만으로도 어린아이 팔뚝만한 산천어를 낚아 올릴 수 있다. 5일 시작돼 27일 막을 내리는 화천의 산천어 축제가 대표적인 기회다. 이미 '세계 4대 겨울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화천은 물론 전국 각지의 양식장에서 자란 산천어가 풀린 화천호 얼음판 위에 가득한 사람들 모습이 장관이다. 손맛은 덜해도 '강 멸치' 격인 빙어를 잇따라 낚을 수 있는 인제의 빙어축제도 19일이면 문을 연다.
■ 한풀 꺾였지만 추운 날씨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서울은 금주에도 최저 기온이 영하 6~11도이고, 낮 최고 기온도 영상으로 올라가는 날이 드물 전망이다. 따뜻한 방바닥을 떠나기 싫을 만하다. 그러나 겨울잠 자는 곰이야 봄이 되면 절로 홀쭉해지겠지만, 사람은 방바닥만 뒹굴다가는 몸과 마음이 축 늘어지기 십상이다. 추위도 피하기보다 부딪쳐 이기는 게 낫다. 아이들에게 멋진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산천어나 빙어 얼음낚시에 나서길 권한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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