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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900억 유산 母子소송' 장남 패소… 600억 사회 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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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900억 유산 母子소송' 장남 패소… 600억 사회 환원

입력
2013.01.0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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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허영섭 녹십자 회장의 900억대 유산을 둘러싼 장남 허모(41)씨와 가족간의 소송에서 장남을 빼고 상속하라는 창업주의 유언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허씨가 어머니 정모(64)씨와 미래나눔재단 등을 상대로 낸 유언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허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허씨는 2009년 11월 허 회장이 타계한 후 '허 회장의 유언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허 회장의) 유언은 공정증서에 의해 유언취지의 요건을 갖춘 적법하고 유효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허 회장은 타계 1년 전인 2008년 11월 서울대병원에서 변호사와 담당 의사 등이 증인으로 참여한 가운데 '장남인 허씨를 배제한 채 보유 주식을 부인인 정씨, 둘째와 셋째 아들, 미래나눔재단 등 각 재단에 일정 비율로 상속, 기증한다'는 내용의 유언을 남겼다. 유언대로라면 허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 주식 82만여주(현재 가치 900억원대)는 정씨와 둘째 아들에게 각각 7만주, 셋째 아들에게는 7만5,000주가 상속되는 반면 장남인 허씨는 한 주도 받지 못하게 된다. 나머지 67만여주(600억원대)는 미래나눔재단 등으로 사회 환원한다는 게 허 회장의 유지였다.

이를 두고 당시 업계에서는 1990년 유학을 간 후 15년 동안 미국에서 거주한 허씨가 결혼 때문에 가족들과 다툼이 잦았고, 2005년 귀국한 후 녹십자에서 근무를 했지만 근무 평정이 좋지 않으면서도 2008년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경영기획실장을 요구하다가 오히려 퇴사를 당하는 등 부자간의 깊은 갈등의 골이 드러난 결과라고 평가했다. 2008년에는 허 회장이 허씨 명의로 등기가 돼 있던 자택을 부인에게 가등기해주는 과정에서, 허씨가 '집은 내 소유'라며 소송을 내는 일도 있었다.

유언 내용이 알려지자 허씨는 곧바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허씨는 "유언 당시 허 회장이 뇌종양 등의 수술을 받아 정상적으로 유언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변호사가 미리 작성해 온 것을 읽고 아버지에게 간략하게 확인만 했기 때문에 유언은 유언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무효"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ㆍ2심은 허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유언을 할 때 허 회장이 보인 태도 등을 종합하면 당시 허 회장은 의사식별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전부터 장남에게 유산을 배제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는 점에서 볼 때 유언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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