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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청소년들의 꿈 함께 일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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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청소년들의 꿈 함께 일궈요"

입력
2013.01.0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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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초·중학생 대상 공부방 개설사비 털어 영어교재까지 손수 만들어학교폭력 등 청소년범죄 예방 교육도주민 호응 폭발적… 간식 지원 등 온정제2 영어교실·수학 강좌 등 확대 추진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고 싶어요"

대전 동구 천동파출소 2층 회의실은 매주 2번 영어교실이 된다. 경찰이 근무하는 딱딱한 파출소의 모습은 간데없고 여느 영어학원의 교실로 바뀌는 것이다.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영어선생님은 학원 교사가 아닌 이 파출소에 근무하는 김대현(42)경사.

천동파출소에 방과 후 영어교실이 개설된 것은 지난해 2월부터. 김 경사가 부임했을 때 직원들은 전국적으로 학교폭력이 문제로 부각된 상황이어서 관내 학교폭력 예방방안을 구상하고 있었다. 파출소가 위치한 지역은 대전시내 변두리로 저소득층이 밀집한 지역의 하나였다. 아이들이 학원에 접근하기 쉽지 않고 방과 후 학교에도 잘 참석하지 않아 거리를 배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심끝에 학생들을 모아 영어 공부도 시키고 학교폭력 예방교육도 시켜보자는 생각이 미쳤다. 학교 폭력 등 청소년범죄 발생은 대부분이 빈곤가정과 결손가정 등 가정문제가 원인이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경찰 입문 전 영어학원 강사로 일했던 김 경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경사는 대학을 졸업하고 경찰에 들어오기 전 1996년부터 2년 6개월동안 경기 일산의 대입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1999년 경찰 입문 후 첫 발령지인 부여경찰서 임천지서에서도 자율방범대 사무실을 빌려 지역어린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전례도 있었다.

2층 회의실이 넓었고 책상만 갖추면 간단히 교실을 만들 수 있어'꿈이 있는 영어교실'라고 이름을 붙였다. 수업은 김 경사가 근무를 쉬는 날로 정했다. 부득이 수업일이 김 경사가 야간 근무하는 날과 겹치면 아이들에게 일찍 파출소에 오라고 미리 통지한 후 그도 출근을 당겨 수업을 한 후 근무를 하곤 했다.

파출소 영어교실 개소에 학부모들의 첫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한 학부모는"처음에는 경찰이 형식적으로 뭔가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었다"며"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진짜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이광학 파출소장은"우리도 학생들이 계속 나올 것인지 자신하지 못했다"며"영어교실 개설 후 4개월이 지났는데 아이들이 수업을 재미있어하고 계속 나오는 것을 보고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경사는 사비를 털어 교재도 직접 만들었다. 학원에서 만든 교재를 참고해 필수문법과 문제풀이, 생활영어 등을 골고루 담았다. 2개월에 모든 과정을 마치는 것으로 하고, 과정을 마치면 다시 반복 학습을 시켰다. 수업시간 틈틈이 학교폭력 예방에 대한 교육도 시키고 학교폭력 상담도 실시했다. 김 경사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실이지만 아이들이 집에 동생을 놔둘 수 없다고 데려와 초등학생들을 위한 영어교실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영어 교실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졌다. 중학교 2학년 김옥주양은"파출소에 오기전에는 영어성적이 아주 낮았었는데 파출소 선생님 덕분에 기말고사에서는 점수가 20점이나 올랐다"며"점수가 올라가자 기분이 좋아진 아빠가 스마트폰을 바꾸어 주시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충남중 송준호군도"파출소 수업이 학교 공부는 물론 시험을 치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특히 경찰관 선생님이 학생들이 저지르기 쉬운 학교폭력이나 절도 등 범죄가 나쁘다는 것을 알려줘,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빠듯한 가정 형편상 남들처럼 학원 보내기가 어려웠는데 경찰선생님 덕분에 아이들의 영어성적도 올랐다"고 기뻐했다.

학부모 전모(52)씨는"전에는 하천변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었는데 파출소 영어수업 이후에 그런 아이들이 눈에 뜨게 줄어들었다"며"이런 것이 국민을 위한 경찰활동이기때문에 앞으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출소 영어교실 소식이 퍼지며 지역주민들의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 지역 교회에서 영어교실이 열리는 날마다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보내주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독지가는 우유를 공급해주고 있다. 주민들은"오용대 동부경찰서장에게 김 경사의 다른 곳으로 보내지 말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천동파출소는 앞으로 영어교실을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앞으로 수학강사 경찰관을 물색해 아이들에게 수학교실도 열고 인근지역 치안센터에 제2 영어교실도 준비하고 있다. 이 소장은"요즘 새로 들어오는 경찰관들이 우수자원이어서 강사확보는 문제 없을 것"이라며"치안질서 유지와 함께 주민과 함께하는 경찰로서 파출소교실을 계속 유지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경사는'꿈이 있는 영어교실'로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한 학교폭력예방 우수渶?공모전에서 장관표창을 받기도 했다. 상금은 연말에 학교폭력 예방기금으로 대전시교육청에 기부했다.

김 경사는"무엇보다 아이들이 성적이 올라가며 공부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것이 가장 기쁘다"며"기회가 주어지는 한 계속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싶다"고 말했다.

허택회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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