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의 특사단을 접견하는 등 당선인으로서의 첫 공식 외교 행보에 나섰다.
박 당선인은 이날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특사단을 만나 "역사를 직시하면서 화해와 협력의 미래를 지향하고 이를 위해 양국 간에 꾸준히 신뢰를 쌓아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기성세대가 의지를 갖고 상처를 치유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길을 열어주는 데 기성세대가 장애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일본 측에 독도영유권과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올바른 역사 인식을 촉구하는 한편, 부당한 주장이 계속될 경우 양국간 미래가 밝을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등 특사단은 아베 총리의 당선 축하 친서를 전달하면서 "한일 양국의 새 정부 출범이 양국 관계에 좋은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일본은 한국을 매우 중요한 이웃국가로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박 당선인과 여러 분야에서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조해 나가길 원한다"고 희망했다.
이에 박 당선인은 "양국 국민 간의 광범위한 교류를 통해 신뢰를 깊이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의 교류가 중요하니 미래세력의 우호 관계를 지금부터 구축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누카가 특사는 "박 당선인은 일본에서도 선거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는데 선거마다 이기는 비결이 있느냐"고 물었고, 박 당선인은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국민과의 관계에서도 신뢰를 바탕으로 일관되게 꾸준히 가는 게 중요하다. 이를 국민이 믿어주고 선택해 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누카가 특사는 박 당선인에 대한 아베 총리의 일본 방문 초청 의사를 밝혔고 박 당선인은 사의를 표명했다.
박 당선인은 10일에는 중국 장즈쥔(張志軍) 외교부 부부장(차관)을 단장으로 한 중국 정부 특사단을 접견할 계획이며 이달 말에는 미국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도 접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부장은 양제츠 부장(장관)의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고, 로이스 위원장은 대표적인 지한파 의원이다.
박 당선인은 미국과는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를, 중국과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의 관계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차기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현정부 정책 방향의 연속선상에서 관계를 유지 강화할 것으로 보이고, 대중 관계에서도 박 당선인이 양국 관계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보다 업그레이드 된 외교적 흐름이 나타날 것이 유력하다.
그러나 대일 관계의 경우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경색관계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