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정몽준(MJ)'을 노리는 차기 '축구 대통령'을 향한 경쟁이 뜨겁다. 타도 현대가(家)를 외치고 있는 야권의 후보들이 '개혁과 화합'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야권의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후보들은 '현대가(家)의 세습'을 막기 위해 세를 모으고 있다. 4일 현재 5명의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힘에 따라 사상 유례없는 5파전이 벌어지게 될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28일 실시된다. 조중연 현 회장은 일찌감치 출마를 포기했다. 후보자 등록은 8일부터 시작되며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려면 3명의 대의원으로부터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축구협회장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은 총 24명으로 16명의 시·도 축구협회장과 8명의 축구협회 산하 연맹 회장들이다. 축구협회장에 선출되려면 24명의 대의원으로부터 과반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임기는 4년이다.
소통과 화합의 목소리를 기대하는 축구인들의 바람 때문인지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이 출마를 선언했다. 윤상현(51)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대표적이다. 인천 남구을 재선 국회의원인 그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공식화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공보단장을 지낸 그는 이번 대선에서 박 당선인의 수행단장을 맡아 현장 유세를 책임지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 마디로 '친박 실세'다. 5명의 후보 중 유일한 정치인인 윤 의원은 지난 8년 동안 국민생활체육 인천시 축구연합회장을 맡아 축구와 인연을 맺어왔다.
'개혁과 화합의 전도사'를 자처한 그는 이날 "축구협회는 그 동안 자금ㆍ회계의 불투명성과 비민주적인 지배체제가 존속됐다. 내과적인 치료로는 안 된다. 외과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지난해 비리 직원에게 억대의 퇴직 위로금을 줘 논란을 일으켰고,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가 터진 뒤 부적절한 대응으로 지탄을 받아왔다. 회계의 불투명 등으로 1,000억원대 예산을 집행하는 '공룡집단'답지 않은 졸속 행정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윤 의원은 "폐쇄적인 협회의 의사 결정 구조를 개방적으로 바꾸겠다. 조광래 감독의 경질 사태나 부정을 저지른 회계 책임자에게 위로금을 준 사건을 보면 지금의 협회는 1,000억원의 예산을 쓰는 비영리단체의 모습이 아니다"며 "당선 여부에 상관없이 협회의 개혁을 이끌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석한(58) 전 중등연맹회장과 안종복(57) 남북체육교류협회장도 '대권 경쟁'에 합류했다. 안 회장은 대우 로얄즈 주무부터 시작해 인천 유나이티드 대표이사까지 지낸 입지전적인 인물. 오랫동안 축구계에 종사하면서 기반을 닦은 그는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출마했다. 협회는 도덕성과 전문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후보들이 갖지 못한 풍부한 현장 경험을 차별성으로 내세우고 있는 건 물론 한국 축구의 개혁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가장 유력한 야권 후보인 허승표(67) 피플웍스 회장은 8,9일께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새 얼굴들의 목소리가 높지만 '야권 연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대가(家)의 세습을 막기 힘들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 회장인 정몽규(51) 프로축구연맹 총재가 'MJ라인'이 밀고 있는 후보다. 정몽준 명예회장은 정 총재의 사촌 형이다. 출마에 긍정적인 의사를 드러낸 정 총재는 다음 주 중으로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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