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공부하기도 바쁜 청소년들이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한다면 돌아오는 건 핀잔일 게다. 는 밀양 송전탑 반대, 한진 중공업 사태, 위안부 할머니문제 등에 직접 뛰어든 청소년과 활동가들의 이야기 열네 편을 사회, 환경, 교육의 세 카테고리로 묶은 책이다.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각각 다르고 참여 정도도 다양하지만 한가지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아직 학생이란 이유로 세상에 무관심해지지 않겠다는 주체성과 타인의 아픔을 나누고 부당한 것에 분노할 줄 아는 양심이 그것이다.
오랜 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아이돌 그룹 신곡 발표나 프로야구에만 관심을 쏟다가 쌍용차 해고에 분노하게 된 유호준(경기동두천외고 3학년) 역시 그런 학생이었다. 뉴스로만 듣던 쌍용차 문제에 학생연대활동을 통해 직접 분향소를 방문하고 시민상주로 조문객을 맞으며 노동자들의 문제는 아직 학생인 그의 고민이 됐다.
정의감보다는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택했던 강정행이 강정 구럼비 바위를 지키겠다는 애정으로 이어지면서 유치장 체험을 한 서수민(홈스쿨러), 험한 말을 들으면서도 청소년들의 정치적 권리를 요구하며 총선 당일 투표소 앞 1인 시위를 한 류수민(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자신의 개성과 상관없이 모두 똑 같게 행동을 요구하는 학교에 대해 답답함을 느껴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에 참여한 고예솔(제천간디학교 졸업) 등이 등장한다. 이들이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또 사회에 어떤 발언을 했는지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크다.
사회와 동떨어져 사는 존재가 아닌 이상 사회문제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외침을 어른들이 들어볼 필요가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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