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오히려 표창이 부끄럽습니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새해 첫날 전주의 한 원룸에서 밀린 방세 때문에 세입자의 10대 딸에게 머리 안면부 등 20여 곳을 흉기로 휘둘려 살해하려던 오모(59ㆍ구속)씨를 제압해 어린 자매의 생명을 구한 김상규(43ㆍYTN직원)씨와 익명을 요구한 장모(39ㆍ회사원)씨에 대해 4일 감사장과 함께 포상금을 수여했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1일 오후 3시55쯤 최모(14)양의 원룸 주변을 지나가다 잠옷차림의 맨발로“우리 언니를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하는 소녀의 절규를 듣고 곧바로 원룸에 뛰어들어갔다. 이어 최양 언니(19)의 목을 조르고 있던 오씨를 제압한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인계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이성을 잃고 흉기를 휘두르는 오씨로 인해 꽃다운 나이의 최양이 살해 당할수도 있었던 긴박한 상황에서 아무나 할 수 없는 범죄자를 제압함으로써 고귀한 생명을 구했다”고 칭찬했다. 신일섭 덕진서장은 “위험속에서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피해자의 고귀한 생명을 구한 이들의 행동은 ‘의로운 시민상’ 감”이라며 “요즘 같은 각박한 시대에 많은 시민들에게 귀감이 되고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실 그때 겁이 나기도 했지만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 있으면 몸을 던졌을 것”이라며 “최양 자매를 도울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고 이들이 악몽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장씨도 “어린 소녀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힘이 솟았고, 좀 더 일찍 구할 수 있는데 피해를 많이 당해 안쓰러웠다”며“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상을 받아 최양 자매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날 포상금 50만원을 최양 자매 돕기 성금으로 내놓았다.
전주=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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