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를 밀반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RNL바이오사의 경영진이 회사 돈 수십억 원을 해외로 빼돌려 자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라정찬(49) 회장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둔 단서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3일 검찰과 관세청 등에 따르면 라 회장은 2008년 3월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회사 돈을 이체한 후 외국계투자회사인 도이치뱅크로 하여금 RNL바이오 주식을 집중 매수하게 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라 회장은 홍콩법인에 영업자금을 대여하는 것처럼 허위로 해외투자신고를 하는 방식으로 2차례에 걸쳐 회사 돈 60억원을 이체한 것으로 파악됐다. 라 회장은 이후 이 돈을 주식투자용도로 사전에 개설해둔 도이치뱅크 싱가폴지점 계좌로 보낸 뒤 외국인이 거래하는 것처럼 가장해 2008년 3월부터 11월까지 RNL바이오 주식을 집중 매수했다.
라 회장은 주가가 오르자 RNL바이오의 유상증자 실권주를 제3자 배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지인 명의로 차명 보유한 주식 등을 매도해 5억여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라 회장은 실권주를 배정받은 지인들과 사전에 수익을 일정비율로 배분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 회장은 또 해외로 이체한 돈 가운데 30만 달러는 미국의 주택을 구입하는데 사용했다.
검찰은 해외투자 명목으로 60억원을 홍콩으로 빼돌려 주식투자를 한 행위가 외국환거래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라 회장 등 RNL 경영진에 대한 사법처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RNL바이오 측은 이에 대해 "해외법인을 통한 투자를 외환유출이나 시세조종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홍콩 사업을 위한 순수한 법인 대여금으로 관계당국에 충분히 소명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줄기세포 밀수출 혐의 및 미국 협력업체와의 위장거래 의혹과 관련해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오해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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