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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 왼손잡이인데… 학교엔 매뉴얼도 배려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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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가 왼손잡이인데… 학교엔 매뉴얼도 배려도 없어요"

입력
2013.01.0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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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왼손잡이라서 고민이에요. (글씨 쓸 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획을 그어야 맞는데 자꾸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긋거든요. 시범을 보여줘도 힘들어하고 별 효과가 없어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를 둔 주부가 한 육아사이트에 올린 고민이다. 글자의 획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어야 하고, 모음과 자음 순으로 써야 한다는 오른손잡이를 위한 고정관념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것이다. 왼손잡이 인구 비율은 통상 10% 정도인데, 국내 초등학교에는 왼손잡이 학생들을 위한 글쓰기 매뉴얼과 배려가 없어 불편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대전 G초등학교 김선화 교사가 작성한 '왼손잡이 글쓰기 불편 등 모니터링 및 과제'(한국교육개발원 발간) 보고서에 따르면, 왼손으로 글을 쓰는 학생의 49%는 '외부에서 받은 도움이 없다'고 답했고, 29%는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도록 하였다(강요 받았다)'고 답했다. 교사 등에게 도움을 받은 경우는 20% 정도에 불과했다.

G초교 1,235명의 학생 중 왼손잡이라고 응답한 학생 77명을 분석한 것인데, 이들 중 글씨 쓰기를 왼손으로 하는 학생이 76%(59명), 가위질하기가 66%(51명) 등이었다. 왼손잡이의 70%(54명)는 오른손잡이로 교정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사들조차 왼손잡이 학생에게 '교정을 시도하겠다'는 응답이 37%에 달했다.

왼손으로 글을 쓰는 학생들은 '손에 연필심이 묻어 지저분함'(61%), '글씨가 손에 닿아 공책이 더러워짐'(44%), '내가 쓰는 글씨가 잘 안 보임'(30%) 등의 고통을 호소했다. 김선화 교사는 "왼손잡이는 글을 쓰는 순서가 다른데도 우리나라는 이들을 위한 글쓰기 매뉴얼이 없다"고 말했다. 왼손으로 글 쓰는 학생들이'글을 빨리 쓰기 어렵다'(8%), '손이 아픔'(2%)이라고 답한 것도, 오른손잡이용 획순에 맞추다 보니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다.

서구 주요국가만 하더라도 왼손잡이용 글씨쓰기 매뉴얼, 학용품 등이 많이 개발돼 있다. 김 교사는 "외국에는 왼손잡이협회가 활발히 활동하며 각 학교가 글쓰기 매뉴얼과 학용품을 적극 보급하도록 유도한다"며 "하지만 국내에는 한 교수가 왼손잡이 대학생을 위한 팔걸이 의자 도입을 요구했다가 학교측에서 무시당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왼손잡이는 예술적 능력, 기하학적 형태나 공간지각 능력을 담당하는 오른쪽 뇌가 언어적, 논리적, 분석적, 이성적 능력을 담당하는 왼쪽 뇌보다 뛰어난 사람에게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왼손잡이를 금기시했던 시대에는 그 비율이 2%까지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다. 왼손이 우세한 학생들을 억지로 오른손으로 교정을 하게 되면, 원래 가지고 있는 정서적ㆍ학습적 능력을 발휘 할 수 없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등 최근 미국 대통령 7명 중 5명이 왼손잡이이고, 아이작 뉴턴,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지미 핸드릭스, 니체 등도 왼손잡이였다. 오른손 쓰기를 강요당했다면 능력이 사장됐을지 모를 이들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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