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의 큰 불안 요소이지만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해선 결론을 내기 어렵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상시적 업무는 원칙적으로 정규직을 뽑도록 못박는 것이지만 고용유연성이 필요한 시장의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공공부문에서 상시ㆍ지속적인 업무에 대해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공공이 앞장서고 민간기업에는 자발적 동참을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민간 기업은 자율에 맡긴 것이어서 비정규직의 획기적인 축소는 기대하기 어렵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비정규직법은 실리와 명분을 모두 놓쳤다"며 "독일은 상시직에는 원칙적으로 비정규직을 뽑을 수 없게 해놓고, 여러 예외규정을 둬서 노동유연화도 함께 추구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비정규직 고용에 제한이 없고, 2년 이후 정규직 전환'을 기틀로 하고 있지만 정규직 전환 비율은 3%(무기계약직 전환 제외)에 불과하다. 사실상 실패한 법이라는 평가다. 독일은 계절성 사업, 창업 후 2년까지 등의 경우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쓰도록 다양한 예외조항을 두되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한 원칙 자체는 유지, 우리나라와 같은 비정규직 무한팽창은 막을 수 있다.
권 교수는 "법이 너무 허술해 불법파견으로 확정을 받은 경우에도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채용이 허용된다"며 "상시직에 비정규직 채용금지가 너무 과격하다면, 최소한 불법파견 노동자만이라도 정규직 전환을 확실히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년마다 떠돌아야 하는 현실을 직시해서, 차라리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비정규직 고용 한도를 3~5년으로 늘려 경력ㆍ전문성 등을 쌓게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또 비정규직 문제는 입법투쟁보다 전국단위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요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처우에 대한 표준화된 단체협상을 이끌어내고 노사협상으로 푸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은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정보를 공시하게 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는데, 공공납품 등과 연계해야 효과가 발휘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정규직 비율이 높은 기업에 공공부문에 납품 혜택을 주는 식의 유인책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법 제정 공약은 뜨거운 감자로 강력한 반발과 조건부 찬성이 엇갈리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노동학)는 "사내하도급은 현재 법률적 근거가 없는 탈법적 현상인데, 이를 양성화시키는 셈이어서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당선인은 사내하도급법에 정규직 근로자와 동종ㆍ유사 업무를 할 경우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을 계획이지만, 기업들이 업무를 구분해 임금 등 차별할 경우는 사실상 규제할 수 없게 된다. 반면 권혁 교수는 "적극적 보호를 위해서 사내하도급법 제정 자체에 동의하지만, 사내하도급 개념 정리와 적용 범위 등 구체적인 사안에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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