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는 새로운 변화를 맞는다. 지난해 퓨처스(2군)리그에서 리허설을 마친 NC 다이노스가 1군에 뛰어 들어 기존 8개 구단에서 9개 구단 체제로 바뀐다. 1991년 8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이래 22년 만에 9구단 시대가 열렸다. 1군 경험이 없는 젊은 선수가 대부분인 NC는 첫 해 고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NC가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고 있는 나성범(24)은 지난달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자리에서 "반전이 있어야 재미있지 않을까요"라고 당차게 말했다.
연세대 투수진의 기둥이었던 나성범은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번(전체 10순위)으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첫 해 남부 리그 94경기에서 타율 3할3리(공동 2위) 16홈런(1위) 67타점(1위) 29도루(2위) 장타율 5할1푼1리(1위)로 공룡 군단의 간판 타자다운 활약을 펼쳤다.
타자 전향 성공 사례, 추신수-이승엽 선배처럼
나성범은 NC와 입단 계약을 할 때만 해도 투수로 뛸 줄 알았다. 팀에서 이례적으로 투수 라는 보직이 새겨진 명함까지 만들어줬다. 그러나 김경문 NC 감독은 나성범과 첫 면담 자리에서 "타자로 활용하고 싶다. 프랜차이즈 스타로 키우고 싶고, 재능도 타격에 많아 보인다"고 권유했다. 나성범은 대형 투수로 성장하고 싶은 꿈을 한 순간에 저버리는 게 쉽지 않았지만 김 감독을 믿고 따랐다.
"연세대 3,4학년 때 투수만 했기 때문에 당연히 투수로 뛸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2008년 두산에 있을 때부터 저를 유심히 봤다고 하면서 구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한 거죠. 사실 2학년 때 어깨를 다친 이후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지금 보면 감독님의 선수를 보는 안목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2년 동안 놓았던 방망이를 잡고 훈련하는 건 쉽지 않았다. 또 투수와 달리 매일 출전해야 하는 타자를 소화하기 위해 체력을 끌어올리는 게 힘들었다. "지난해 이 맘 때 강진, 제주 캠프가 너무 힘들어 쓰러질 뻔 했어요. 방망이를 얼마나 휘둘렀는지 손바닥도 벗겨지고… 엄청난 고통이 뒤따랐죠."
비록 훈련 과정은 힘들었지만 흘린 땀방울만큼 결실도 이뤘다. 남부 리그 타격 3관왕에 오르고 팀 내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지난 1년을 뛰면서 타자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추신수(신시내티) 선배, 이승엽(삼성) 선배도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것처럼 저도 같은 길을 걷고 싶어요."
'지역 라이벌' 롯데, '돌직구' 오승환 대결 기대
나성범은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도전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수두룩한 1군 무대를 기다리는 이유다. 나성범은 '지역 라이벌' 롯데와 최고 마무리 투수 오승환(삼성)과의 대결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창원을 연고로 한 NC는 오는 4월2일 창단 첫 홈 경기부터 부산 연고의 롯데와 3연전을 치른다. 나성범은 "첫 경기인 롯데전이 가장 기대돼요. 창원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는 만큼 무조건 잘 해야 된다는 마음이 생겨요. 상대가 얕볼 수 있지만 절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나성범은 또 오승환과의 맞대결을 머리 속에 그리고 있다. "오승환 선배의 '돌직구'를 직접 타석에서 느껴보고 싶어요. 다들 치기 어렵다고 하는데 얼마나 공이 묵직할지 궁금해요."
한편으론 최고 왼손 투수인 류현진(LA 다저스)과 겨뤄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평소 TV 중계로만 지켜봤는데 앞으로도 계속 TV로 봐야 할 것 같아요. 메이저리그에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친구 서건창의 성공, 좋은 본보기
나성범은 넥센 서건창과 동갑내기 친구다. 둘 모두 광주에 살았지만 학교가 달라 한번도 한솥밥을 먹지 못했다. 나성범은 진흥중-진흥고, 서건창은 충장중-광주제일고를 나왔다. 그래도 같은 목표로 달려온 만큼 금세 친분을 쌓았다. 서건창은 방출 아픔을 딛고 지난해 넥센에서 신인왕과 2루수 골든글러브를 석권하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나성범은 친구의 성공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서)건창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잘 했어요. 서로 대결을 해도 물고 물리는 접전을 벌였죠. 그러나 2008년 프로에서 실패한 것을 보고 역시 프로의 벽은 높다고 생각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결국 팀의 붙박이 2루수로 자리를 잡더라고요. 건창이는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전 성공할 줄 알았어요. 좋은 본보기가 됐고, 저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김경문 감독은 힘과 정확성, 빠른 발을 고루 갖춘 나성범을 일찌감치 3번 타자로 낙점했다. 구단에서도 나성범은 "NC의 10년을 이끌어갈 선수"라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1군 진입을 앞둔 나성범의 올해 목표는 무엇일까.
"다들 신인왕을 생각하는데 그 보다는 전 경기 출전이 먼저에요. 그렇게 하려면 체력 관리를 잘 하고 안 다치는 게 중요하죠. 주위의 관심이 많아 부담도 되지만 즐기려고 노력해요. 또 관심에 걸맞은 실력을 갖춰야 하니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모든 걸 쏟아 붓고 오겠습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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