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8시는 홈쇼핑사들의 골든타임입니다. 일주일을 통틀어 매출 1,2위를 다투는 시간대이지요. 주 고객인 여성들이 평소엔 남편 출근과 아이들 등교를 챙기느라 정신 없지만, 토요일 아침만큼은 여유롭게 쇼핑을 즐기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니 홈쇼핑사들은 이 시간대에 최고의 상품과 행사, 간판 쇼핑호스트를 배치하는데 주 소비자가 주부들이니까 항상 주방용품, 생활용품 위주였습니다. GS샵은 1998년5월부터 '똑소리 살림법'을 방송해왔고, CJ오쇼핑(왕영은의 톡톡 다이어리), 현대홈쇼핑(헬로우 빅마마), 롯데홈쇼핑(최유라쇼) 등도 주방 제품을 집중 편성했습니다. '홈쇼핑 대표상품은 주방용품'이란 등식이 생긴 것도 이런 연유에서였습니다.
그런데 GS샵이 새해 들어 파격적인 편성변화를 시도했습니다. 15년 가까이 유지해 온 주방용품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패션전문 프로그램인 '더 컬렉션'을 낮 12시까지 무려 4시간이나 편성한 것이지요. '토요일 오전=주방용품'의 불문율이 사상 처음으로 깨진 겁니다. "토요일 오전 시간 판매상품을 바꾸는 건, 백화점으로 치면 1층 상품을 바꾸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불황에 강한 업종으로 꼽히는 홈쇼핑이 편성전략까지 바꾼 건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고 그만큼 소비자 요구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홈쇼핑에선 패션과 화장품이 이미 대세가 된 상태입니다. 더 이상 주방용품과 생활용품은 간판상품이 아니지요. 현재 홈쇼핑에선 패션·화장품 편성 비중이 전체 50%에 육박하고 있을 정도인데요.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에 머무르는 고객들이 백화점 대신 홈쇼핑, 인터넷, 제조·유통일괄형의류(SPA)를 구매하는 추세에 맞춘 것입니다.
워낙 오랜 틀을 깨는 터라 GS샵도 긴장한 표정이 역력합니다. 개편 후 첫 토요일인 5일 아침 첫 방송에서는 60만원, 70만원짜리 모피코트 등 고급의류를 내세운다고 하는데요. 과연 주방용품을 대체한 고급의류가 주부들의 지갑을 열게 할지 업계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운 채 지켜보고 있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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