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의 장기 성장률은 하락 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에서도 하위권이다.
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는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꼽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세계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수출 여건도 어려워지고 있어 저성장 시대로의 진입은 이미 예정된 수순으로 보인다.
저성장은 국내총생산의 증가속도 저하를 의미한다. 일반 가정에서 자녀들이 자라면서 교육비 등 지출 규모는 증가하고 물가수준도 상승하고 있는데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 상황으로 비유될 수 있다. 돈 쓸데는 늘어나는데 가장의 소득이 늘어나지 않으면, 그 집은 씀씀이를 줄이거나 다른 가족 구성원이 돈을 더 벌어 와야 한다.
국가경제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출을 줄이거나 다른 소득을 찾는 것 외 다른 방도가 없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양극화, 청년 실업 증가 등으로 복지 지출이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나라 살림의 다른 부분에서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내수나 수출 부분에서 돈을 더 벌어야 한다. 그래서 혹자는 요즘 세계 경기 침체로 수출이 둔화될 수 있으니 내수를 키워서 소득을 올려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무역을 전공한 필자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생산능력의 위축과 함께 소비능력도 위축시키기 때문에 내수 확대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완벽한 해법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
필자가 생각하는 해법은 효율적으로 수출과 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첫째, 돈을 더 벌 수 있는 수출을 해야 한다. 수출을 통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양적 위주의 수출 확대에서 벗어나 수출의 질적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수출의 질적 수준을 알 수 있는 지표가 있다.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다. 이 지수가 100 이하면 물건을 100개 수출해도 100개를 사올 수 없어 수익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지수가 올해 3ㆍ4분기에 다소 호전되었으나, 여전히 80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수출해야 한다. 단순 물품 수출 보다는 지적재산권, IT기술, 기타 용역이 융합된 고부가가치 상품을 수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싸도 질 좋은 상품은 수출경쟁력이 있으며,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둘째, 정부는 보다 효율적으로 수출을 지원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적은 비용으로 수출활동이 더 활발해지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출을 담당하는 정책금융기관을 통한 직접적인 자금공급보다는 민간금융기관이 자금을 공급하게 하고 자금공급에 따른 위험만을 정부가 책임지는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재정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례로 최근 정부가 도입한 재정융자사업에 대한 이차보전방식이다. 즉, 대출은 민간 자금으로 하되 정책수혜자가 이자를 낼 때 정부가 그 일부를 지원하는 것으로 정부가 재정을 민간에 직접 대출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 하겠다.
이러한 방식의 수출지원에 적합한 제도로 수출보험을 들 수 있다. 수출보험을 통해 우리기업의 수출거래와 은행의 수출관련 대출시 발생하는 위험을 보험증권으로 책임지면서 민간금융기관의 자금을 수출에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직접적인 금융지원보다 훨씬 레버리지 효과가 크고 정부의 재정투입 부담도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전체 수출실적 5,552억 달러 중 수출보험 지원을 받은 수출은 1,250억 달러로 수출 4건 중 1건은 수출보험 지원을 받았다. 1조원 남짓한 적은 정부기금으로 약 130배 이상을 지원한 효과가 있다.
저성장시대를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비전이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향후 우리나라의 수출은 양보다는 돈을 많이 버는 질 높은 수출을 해야 한다. 또한 저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는 정책수단에 보다 집중하여야 한다. 다양한 재정수요를 충족할 수 있고 수출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만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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