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오전 8시 안병용 경기 의정부시장은 피켓을 들고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민원인들이 시장을 상대로 시위를 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시장이 시위의 주체가 된 것은 이례적이다.
안 시장은 2일에도 1인 시위에 이어 시청 공무원 100여 명과 함께 LH 앞에서 원정시무식을 가졌다. 3일은 LH 본사 7층 보금자리사업처장 집무실에서 이지송 LH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침묵시위에까지 돌입했다.
지자체 수장이 신년벽두부터 LH를 상대로 시위에 나선 것은 지구지정 뒤 4년이 넘도록 사업이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의정부 고산지구 때문이다. 안 시장은 “이달 10일까지 조기보상 관련 약속이 없으면 11일 정신ㆍ물질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앞으로 관내 LH 사업들에 대해서는 어떤 협조도 거부하겠다”며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2008년 국민임대주택예정지구로 지정된 고산지구는 2009년 말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전환됐다. 하지만 2010년 LH의 사업재조정에서 후순위로 밀리며 보상이 2014년 이후로 미뤄졌다. 보상일정을 믿고 대토를 위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주민들은 230여 명이고, 대출금 규모는 840억원에 이른다. 고산지구비상대책위는 이미 30여 가구가 빚을 못 갚아 집과 땅이 경매로 넘어갈 상황에 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안 시장은 “주민들의 반대에도 국책사업이란 명목으로 지구지정을 하고, 2010년에 보상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기반시설을 포기하는 내용의 사업개선 10개항도 시가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했지만 여전히 시간만 끌고 있는 LH는 무책임한 공기업”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LH는 ‘올해 중 보상’을 못 박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정부 민락2지구에서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해 고산지구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LH 관계자는 “수요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당장 사업에 착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실무협의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고산지구 사업성 개선안이 도출된 뒤에야 보상시점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